“그림을 보며 천천히 자신과의 시간을 가지세요”

장 마르크 톰멘이 청주시립미술관에 전시된 대형벽화 ‘즉흥’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시간을 갖고 자기 자신과의 시간을 가지세요. 그 시간속에서 그림을 보며 어떤 의문점이 생기는 지 생각하고 거기에 대한 의구심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작가가 전하려하는 메시지를 발견하려 하지 말고 자기와의 시간, 작품과 자신과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청주시립미술관의 기획전 ‘프랑스 현대 추상-추상여운 Sillage’을 위해 내한한 프랑스 중견작가 장 마르크 톰멘(Jean Marc Thonnen·54)이 이번 전시를 찾게 될 관객들에게 미리 전하는 말이다.

추상미술이라는 단어가 주는 분위기는 일반인들에게 사실 낯선 ‘장르’의 영역으로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난해한 암호 풀이와도 같은 추상 이미지를 일상과 공공의 영역으로 풀어내 쉽고 친밀한 이미지로 기획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청주시립미술관은 지난 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내년 1월까지 ‘프랑스 현대 추상-추상여운 Sillage’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참여작가들은 프랑스 현대 추상미술 작가 15명이다. 이 가운데 이번 전시를 포함해 한국에서 벌써 3차례나 작품을 선보이며 국내 미술계에 이름을 알린 장 마르크 톰멘은 한국 관객들이 더욱 각별하다.

장 마르크 톰멘은 “한국 관객들, 특히 청주 관객들은 이번이 두 번째여서 더욱 반갑다”며 “이번 전시의 대형벽화는 청주시립미술관 벽에 직접 그린 작품이어서 더욱 애정이 간다”고 말했다.

장 마르크 톰멘의 작품은 주로 선의 율동성을 주요 방식으로 사용한다. 이번에는 작은 사이즈의 회화 작품 24점 ‘데뷔슈 데보슈’와 대형벽화 ‘즉흥’을 복도 양 면에 대조적으로 전시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리듬감 있고 역동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그는 “주로 선의 리듬감을 중요시하는 그림을 그리다 보니 한국 관객들은 서예적인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이야기를 들었다”며 “필요하다면 서예 붓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주로 다양한 붓을 이용하고, 작품은 드로잉하고 오리고 붙이며 종합적인 여러 단계를 거쳐 완성한다”고 설명했다.

장 마르크 톰멘은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했다. 개교한지 350년이 넘은 이 학교는 수많은 예술인을 배출한 곳으로 유명하다. 현재 모교에서 강사로 활동중이며 예술준비학교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미술을 공부하며 추상이라는 쉽게 읽혀지지 않는 어떤 부분, 이해되지 않는 부분, 그 의문점으로 인해 추상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프랑스, 독일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 그룹전을 진행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서울 아트사이드 갤러리, 청주 미술창작스튜디오 등에서 전시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는 한국 관객들에게 “이번 전시를 통해 추상미술을 어렵게 생각하기 보다 그림을 보며 식상한 일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새로운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라며 “재즈 음악처럼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감흥, 즐거움도 함께 느끼길 바란다”고 미소지었다. 글·사진 김미나 기자/통역 이수경 현대미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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