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가경동 10대 여공·1992년 복대동 가정주부 살인 인정
‘양손 결박·성폭행’ 등 유사 사건도…추가 범행 드러날까 관심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용의자 이춘재(56)가 자백한 2건의 청주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또다른 지역의 미제사건과의 연관성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춘재가 청주에서 저질렀다고 자백한 살인 2건은 1991~1992년 잇따랐던 부녀자 피살사건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1991년 1월 27일 오전 10시 50분께 청주 가경동 택지개발공사 현장 콘크리트관에서 방적공장 직원 박모(당시 17세)양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자신이 범행했다고 시인했다. 박양은 속옷으로 입이 틀어 막히고 양손이 뒤로 묶인 상태로 숨져 있었다. 경찰은 당시 상습절도죄로 청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박모(당시 19세)군을 유력 용의자로 체포했으나, 재판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사건은 미해결 사건으로 분류됐다.

이씨가 자백한 또다른 청주사건은 1992년 6월 24일 발생한 복대동 가정주부 이모(당시 28세)씨 피살 사건이다. 살해된 주부는 하의가 벗겨진 채 목이 전화기 줄에 묶여 있었다. 경찰은 당시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사건현장에서 발견됐다는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주변인을 중심으로 수사했으나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다.

이후 이씨는 1994년 1월 청주 자택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이씨가 청주에서 저지른 3건의 ‘연쇄살인’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 화성에서 저지른 연쇄살인과 판박이다. 이들 사건은 이씨가 청주를 오간 1991년 1월부터 벌어진 일인 데다 범인이 피해자를 성폭행 후 결박했다는 점에서도 화성연쇄살인사건과 유사성이 높다.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거주한 이씨는 1991년 전후로 화성과 청주 공사현장을 오가며 포크레인 기사 일을 했다. 그해 7월 건설회사 직장동료와 결혼하고, 30세가 되던 1993년 4월 청주로 주소지를 옮겼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연쇄 살인범의 경우 자신의 거주지에서 약 3㎞ 이내에서 연이어 범행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이춘재도 화성에서 청주로 이사하면서 거주지 주변에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피해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거나 옷가지로 매듭을 만들어 손발을 묶는 것 등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시그니처’(범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성취하기 위해 저지르는 행위)에 해당한다.

이씨가 자백한 청주사건은 2건이지만 범행수법이나 당시 행적 등을 볼 때 남은 사건 중에도 연관된 사건이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 당시 미제사건 5건을 보면 피해자가 모두 여성이고, 일부 사건에선 성폭행 정황과 함께 입을 막거나 손발을 묶는 등 ‘시그니처’ 행위가 있었다.

특히 1992년 4월 23일 강내면 학천교 확장공사장 20대 여성 암매장 사건의 경우 발견된 시신이 알몸에 스타킹으로 양손이 뒤로 묶인 점 등이 이씨 범행수법과 유사하고, 당시 이씨가 옛 청원군 부강면(현 세종시)에서 굴삭기 기사로 일하던 시기와도 맞물린다. 1991년 남주동 주부 피살사건은 양손이 결박되고 입에 스타킹이 물려있던 점은 비슷하나, 야산이나 농수로 등에 시신을 유기한 화성사건과 달리 집안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만일 이들 사건도 이씨의 짓으로 밝혀진다면 그는 청주에서도 4건 이상의 연쇄살인을 저지른 셈이 된다.

다만 이씨와 이들 사건의 연관성이 밝혀질지는 미지수다. 오랜 시간이 지나 변변한 수사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이씨의 자백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앞서 1일 살인 14건,성범죄 30여건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또 최근 모방범죄로 밝혀진 8차 사건도 자신이 했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2건은 화성연쇄살인사건 도중에 벌어진 2건의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자백내용에 대한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자백 신빙성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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