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동양일보]백세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은 이전보다 평균수명이 길어졌다는 의미이지 모든 사람들이 백세까지 살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술, 담배를 많이 하는 사람도 오래사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예로 들며 결국 인간의 목숨이란 정해져있다고 이야기하는 운명론자나 인간의 수명이란 순전히 ‘운’이라고 치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주변에 건강관리를 하지 않고 무심하게 사는 사람 보다 나름대로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많을 것을 보면 이 세상을 떠나는 순서는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에 사바세계에서는 각자 건강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인생을 전반기, 중반기, 후반기로 나누면 예순은 후반기에 속한다. 공자도 논어에서 ‘六十而耳順’이라고 하여 예순 살은 ‘인생에 경륜이 쌓이고 사려와 판단이 성숙하여 남의 말을 받아들이는 나이’라고 하였다. 예전에는 만으로 60세가 되는 해에 ‘환갑’ 또는 ‘회갑’이라고 하여 잔치를 벌였고 이듬해에도 ‘진갑’이라고 하여 기념하였다. 남자와 여자의 평균수명이 팔십이 넘는 요즘상황에서는 이해가 안되는 풍경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60세면 정년에 해당하는 것을 보면 예순이라는 나이는 일단 현역에서 물러나는 나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 역시 그 나이에 이르다보니 알게모르게 그동안 살아온 세월을 되돌아보게 된다. 인생을 성찰하게 만드는 것이다. 과거가 없는 인간은 없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가 연속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나’가 만들어지는데 영향을 준 요인들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 ‘유전자’를 들 수 있다. 인간의 신체적 특징 및 정신적 특성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인데 이것이 그 사람의 일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태어날 당시에는 잘 몰라도 살다보면 각자의 생김새나 체질 그리고 기질이 부모와 많이 닮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필자 역시 생김새는 아버지를 닮았다. 그런데 체질은 어머니를 닮아서 고혈압 때문에 약을 복용하고 있다. 유전공학이 발전을 거듭해도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는 속담은 생태계를 유지하는 변함없는 진리이다.

두 번째로 ‘환경’을 들 수 있다. 어릴적 잘사는 집 친구들을 부러워한 적이 있다. 특히 피아노가 있고 자가용이 있는 친구집에서 놀다오면 공연히 어머니에게 심술을 부리기도 하였다. 어린 마음에 집안환경에 차이가 난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또 양복을 잘 차려입고 회사나 학교로 출근하는 아버지를 둔 친구가 부러웠다. 우리집은 쌀장사를 했기 때문에 부친은 평상시에 잘 차려입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을 진학할 때는 ‘쌀장사도 잘 안되고 동생도 다섯인데 서울사립대보다는 국립대로 가면 어떻겠냐’는 부친의 말씀을 들었다.

세 번째로 ‘운’ 또는 ‘복’을 들 수 있다. 흔히 운이라고 하면 재운과 관운을 많이 이야기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을 만나는가도 운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에 근무하는 지금에서 돌아볼 때 대학시절부터 계속 지도를 해주셨던 지도교수님을 만난 것은 운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대학에서 지도교수는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배정되는 것이다. 대학원시절 지도교수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여러 가지 상황상 그 폭이 제한적이었다. 또 대학원졸업후 진로를 고민하던 시절 행정대학원 특강에 오셔서 필자의 질문을 높게 평가해주셨던 B교수님을 만난 것도 운이었다.

마지막으로 신념과 의지를 들 수 있다. 한 집안에서 태어난 쌍둥이도 다른 삶을 산다. 유전와 환경이 유사해도 인생이란 얼마든지 달라지는 것이다. 그것이 운 때문일까.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자기에게 찾아올 운을 한없이 기다리며 살아야할까. 하지만 운만큼 허망한 것도 없다.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운도 나에게 운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노력해야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유전자나 환경 그리고 운이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주어진 것이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주어진 것이 나를 만든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잘 활용하려는 의지 또한 중요했던 것 같다. 인생의 후반전에 드는 상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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