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8차사건도 내가 했다” 자백…재심개시 여부는 ‘미지수’
자백 외 추가범행 가능성도…경찰 “모든 가능성 열고 수사 중”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용의자 이춘재(56)가 모방범죄로 결론 났던 8차사건도 자신이 한 짓이라고 자백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자백한 살인 14건과 성범죄 30여건 외에도 더 많은 범죄를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8차사건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복역한 윤모(52)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할 뜻을 밝혔다.

윤씨는 청주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재심을 준비하고 있다. 가족들과 상의해 변호사를 선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1988년 9월 16일 일어난 화성연쇄살인 8차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이듬해 7월 검거됐다. 1심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고, 2,3심에서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청주교도소에서 20년간 수감생활을 마치고 2009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그는 청주에서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생활을 하는 윤씨는 자신의 신원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윤씨는 “30년 전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아무도 도와준 사람이 없었다. 내가 가장 믿지 않는 것이 경찰과 검찰, 언론”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신분이 노출되면 직장에서 잘릴 수 있어 당분간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가 주변과 직장에 이런 사실이 알려지고, 사생활이 침해되는 등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성 8차사건은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 화성시 진안동) 한 주택에서 여중생 박모(당시 13세)양이 성폭행 당한 뒤 피살된 사건이다. 당초 10건의 화성연쇄살인에 포함됐지만, 윤씨가 검거되며 모방범죄로 분류됐다. 그러나 화성사건 용의자 이춘재가 최근 살인 14건과 성범죄 30여건을 자백하며, 8차사건 역시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이씨 자백과 8차사건 당시 기록을 재검토한 데 이어 최근 윤씨를 만나 조사를 벌였다.

윤씨의 재심 개시 여부도 관심이 크다. 재심 개시는 수사기관의 수사와 법원 판결에 오류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윤씨의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돼야 한다. 이씨는 피해자 박양의 집과 한 집 건너 살았고, 윤씨도 인근에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이씨도 음모 채취 등 수사를 받았으나 형태나 혈액형이 달라 방사성동위원소 분석까지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기록과 증거물 등 관련 자료가 확정판결 20년이 지나며 모두 폐기된 상황이어서 새로운 증거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씨의 구체적 정황 진술 등이 나온다면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이씨가 자백하며 밝힌 것보다 더 많은 살인과 성범죄를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당시 청주권·수원권 미제사건들을 모두 살펴보고 있다. 실제 이씨가 자백한 청주사건은 2건이지만, 범행수법이나 당시 행적 등을 살펴볼 때 당시 청주권에서 잇따라 발생했던 미제사건과 중엔 연관된 사건이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용의자가 진술하지 않은 범죄가 있을 수 있고, 반대로 진술한 범죄가 이씨 소행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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