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공공기관의 ‘고용세습’이 여전하다. 말이 세습이지 매우 고약한 악습이다.

불공정할뿐 아니라, 정의롭지 못하고, 누군가의 기회를 뺏는 일인데다, 한번의 ‘반칙’으로 탈락한 상대방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진로를 막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을 감사해 보니 재직자의 친인척이 비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됐다가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가 대거 확인됐다.

특히 친인척의 추천으로 면접만 거쳐 채용되는 등 '불공정' 경로로 입사한 사람까지도 여과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전KPS주식회사, 한국산업인력공단도 포함됐다. 5개 기관의 정규직 전환자 348명 가운데 10.9%(333명)가 재직자와 친인척 관계로 확인됐다고 한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기존 직원의 추천으로 면접 등 간소한 절차만 거쳐 채용되거나, 채용 계획을 미리 알고 청탁을 통해 위탁업체에 부당 채용됐던 임직원 친인척이 무기계약직을 거쳐 일반직으로 전환된 사례도 있었다.

또 채용 과정에서 공고 없이 임직원의 청탁으로 자녀를 단독 면접한 사례 등이 있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직장을 구하지 못한 젊은세대의 아픔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늘상 우리의 대화 소재는 모두가 아이들의 취업과 결혼 등 장래 문제이다.

첫딸 노처녀를 시집보내야 되는데 남들에게는 아이가 시집 갈 생각도 안 한다고 푸념을 하지만 실상은 취직이 안된채 놀고 있어서 부모의 마음이 고민스럽다.

하루 빨리 좋은데 취직해서 시집 가겠다고 하는 딸을 보면서 눈치만 보고 있는 부모의 마음이 편할리 없다.

엄마의 마음에 좋은 직장 다니는 친구 결혼식에 갔다 오는 아들의 모습은 왠지 기가 죽어 보이고 안쓰럽다. 엄마는 아들이 하루빨리 멋진 양복 정장에 광택 나는 구두를 폼나게 신고 외출하기를 고대해 본다.

그런 부모들의 마음이 이뤄지는 세상을 바라는건 모든 국민들의 한결같은 소망이다. 사람들이 여럿 모인 자리에서 “딸내미 요번에 회사 들어갔다며?” “아들내미 요번에 첫월급 탔다며? 한턱 쏴야지”라는 말, 그런 덕담을 남들 눈치 안보고 할수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부모들의 소망마저 짓뭉개는 부정당한 고용세습은 사라져야 한다.

당국은 모두 일벌백계 해서 당사자들을 퇴직시키고 새롭게 뽑는 것은 물론, 그 과정 역시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게 해야 할 것이다.

입시와 채용은 우리 사회에서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절대로 공정성을 해쳐서는 안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공공분야의 고용세습을 원천 차단할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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