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희 논설위원/소설가/한국선비정신계승위원회장

강준희 논설위원/한국선비정신계승회장

[동양일보]지난 번 이 난을 통해 ‘알바트로스가 될까 봐’라는 칼럼을 쓴 바 있다.

여기서 알바트로스란 세계적인 음악가(지휘자) 정명훈을 가리키는 것으로, 알바트로스가 되면 어쩌나 하는 초사(焦思)에서 쓴 것이다.

그렇다면 알바트로스란 무엇인가?.

알바트로스란 천신옹(天信翁)으로 번역되는 보들레르의 유명한 시로 남양지방의 바닷새를 말한다.

이 새는 온 몸이 희고 우아하며 큰 날개를 가진 아름다운 새다.

이 새가 큰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유유히 날면 뱃사람들은 그 아름다운 하늘의 왕자에 탄복, 찬미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이 새가 어쩌다 뱃사람들에게 붙잡혀 지상으로 내려오면 긴 날개 때문에 걸음도 잘 못 걷고 뒤뚱거린다.

그러면 뱃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놀리고 야유한다. 완전히 놀림감이 되는 것이다.

필자는 그때 솔직히 정명훈이 알바트로스가 될까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

걱정 정도가 아니라 실망하고 절망했다.

그가 집권 여당인 국민회의에 의해 새로 만든다는 신당 창당의 발기인으로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그가, 세계적 음악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가 복마전이나 다름없는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정쟁(政爭) 속에 휘말려 볼썽사나운 아귀다툼으로 장래를 망치지 않을까 감히 걱정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하늘에서 잡혀 내려온 알바트로스처럼 뭇 사람에게 야유와 놀림가마리가 되지 않을까 애가 탔던 것이다.

그러나 아니었다.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아니었다.

그러면 그렇지!, 필자는 그때 쾌재를 불렀다.

그가 모 방송국 기자와 인터뷰한 걸 깔축없는 사실로 치부하고 말이다.

그는 모 방송국 기자가 집권 여당이 새로 만드는 창당 발기인이 되었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묻자 한 마디로 “내가 지휘자의 자격이 없는가보죠?”라며 자못 함축성 있는 말로 반문했다.

이 얼마나 촌철살인의 언어 구사인가.

기자가 다시 정치할 생각이 있느냐 묻자 “나는 그런 얘기(창당 발기인)한 적 없다”잘라 말했다.

잘했다. 참 잘했다.

음악의 거장이라면 적어도 세계무대에서 내로라하는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반열이라면 음악에 인생을 걸고 순수 음악인으로 남아야지.

그래서 음악사(音樂史)에 뚜렷한 족적을 남겨야지.

그런데 어찌 흙탕물 같은 정치판에 뛰어들어 스스로를 오염 시키겠는가.

우리는 침우기마(寢牛起馬)란 말을 알고 있다.

소는 누워 있어야 하고 말은 서있어야 한다는 침우기마.

소는 일할 때와 풀 뜯어 먹을 때를 제외하곤 거의 누워서 산다.

소가 말처럼 늘 서 있거나 말이 소처럼 늘 누워 있다면 그 소는 소답지 않고 그 말은 말답지 않아 병이 나고 만다.

정명훈은 정명훈다워야 한다.

정명훈이 정명훈 답자면 정명훈적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려면 음악 밖에 모르는 순수 음악인이 돼야한다.

당부하거니와 제발 앞으로도 한 길로만 가기 바란다.

그리고 정치권은 제발 유명인의 유명세를 등에 업고 자당(自黨)의 트레이드마크로 게리맨더링화 하지 말라.

만일 또 그를 정치권으로 끌어들인다면 그의 음악 인생은 망친다.

그리고 그를 그렇게 만든 정치권을 국민들은 외면할 것이다.

이제 곧 가을이다. 가을은 명상과 사유(思唯)의 계절이다. 새털구름 아슬한 가을!.

하얀 햇살 내리는 하오의 공원 벤치에 앉아 어느 그리운 이의 시라도 한 소절 읊조리고 고풍한 찻집에 들러 커피 향 맡으며 음악을 듣는다면 어떨까.

그러다 어느 화방에 들러 모딜니아니의 ‘목이 긴 여인’이나 한번 만나봄이 어떨지.

아니다. 컴퓨터만 보지 말고, 스마트폰만 보지 말고 서점에 들러 테니슨의 ‘이녹크 아덴’이나 롱펠로의 ‘에반제린’을 사보는 것도 좋을 터이다.

오래된 책이라 서점에 없으면 주문을 해서라도,,,,.

‘책이 없는 공허는 영혼이 없는 관계와 같다.’-키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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