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씨 자백 신빙성·당시 수사과정 등 ‘투트랙’
수사관들 “증거 명확…고문 등 없었다” 취지 진술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용의자 이춘재(56)가 모방범죄로 결론 났던 8차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한 가운데 이씨가 진범만이 알 수 있는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억울한 옥살이를 호소한 윤모(52)씨의 재심 절차도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10일 브리핑에서 “이씨의 8차사건 관련 진술에 유의미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자백 진술 안에 의미 있는 부분이 있다. 진짜 범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그런 진술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 자백의 신빙성을 검증하는 한편 이씨 자백이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8차사건 당시 범인으로 윤씨를 검거해 검찰에 송치한 형사들을 조사하는 등 투트랙으로 진실규명에 주력하고 있다.

당시 윤씨를 수사한 형사들은 모두 퇴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최근 경찰을 만나 “그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방사성동위원소 감정결과가 확실하다는 생각에 윤씨를 불러 조사했기 때문에 고문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당시 윤씨를 진범으로 검거하는데 핵심증거였던 방사선동위원소 분석결과에 대해 국과수에 재검증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토끼풀과 다른지역에서 발생했으나 이 사건과 유사한 수법의 미제절도사건에서 용의자 흔적이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창호지를 국과수에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8차사건 관련 증거 원본은 검찰로 송치돼 폐기된 상태지만, 이 토끼풀과 창호지는 당시 의미 있는 증거물로 여겨지지 않아 검찰로 송치되지 않고, 경찰에 보관돼 있었다.

화성 8차사건은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 화성시 진안동) 한 주택에서 여중생 박모(당시 13세)양이 성폭행 당한 뒤 피살된 사건이다. 당시 체모 분석결과를 토대로 윤씨가 범인으로 검거됐다. 그는 1심에서 선고 받고, 2,3심에서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청주교도소에서 20년간 수감생활을 마치고 2009년 가석방됐다.

윤씨는 억울함을 주장하며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다만 이씨의 자백 외에 다른 증거가 없는 저

이와 관련, 윤씨의 재심은 이 분야 전문가인 박준영(45) 변호사가 맡으며, 재심 절차도 본격화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작’이라는 글을 올려 윤씨의 재심을 맡게 됐다고 알렸다. 그는 10일에도 SNS를 통해 “화성 8차사건과 관련해 재심 주장이 섣부르다는 의견도 있는데, 재심을 주장하며 사건을 공론화해야 할 적절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8차사건은 이씨 자백 외에 구체적 증거가 남아있지 않다는 게 윤씨의 재심에 불리한 점으로 지목된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경찰이 과거 수사기록을 통해 이씨 자백의 신빙성 등을 확인하고 있는 만큼 관련 기록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씨의 범행을 뒷받침할 자백이 나왔고, 윤씨의 주장처럼 고문 등 가혹 행위가 있었다면 재심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도근 기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