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 일부 세종시로 옮기는 방안 검토… 상임위 17개 중 11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8일 세종시 연기면 국립수목원 건설현장에서 이춘희 세종시장으로부터 ‘국회세종의사당 후보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이날 시찰에 불참했다.

[동양일보 신서희 기자]국회세종의사당 건립이 가시화되고 있다.

행정부 기능의 약 3분의 2가 세종으로 이전된 가운데, 여당(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입법부(국회)의 일부 기능을 세종시로 옮기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방안과 관련, 민주당은 최근 이전 대상 상임위원회 수를 전체 17개 중 11개(64.7%)로 정했다.

국회사무처 의뢰로 연구 용역을 수행 중인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최적안 10개 이전 보다도 1개가 많다.

올해 행복청 예산에는 의사당 기본설계비 10억원이 반영돼 있고, 내년 예산안에도 같은 금액의 기본설계비가 추가 반영됐다.

국회사무처가 올해 안에 세종의사당 건립 방안을 확정하면, 내년 초 설계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입지는 국토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상의 전월산 남측 B부지(50만㎡)가 최적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의 당위성

세계적으로 입법부와 행정부가 멀리 떨어진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견제 기관이면서도 협력 기관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세종의사당에서 정부 부처를 관장하는 상임위와 예결위 활동을 하고, 여의도 의사당에서 본회의와 나머지 의정 활동을 하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야가 행정도시 건립 합의의 취지를 살려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빨리 처리하고, 세종의사당 설치 착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가속페달 밟고 있는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0일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2025년까지는 세종의사당을 완공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당 '국회 세종의사당 추진 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를 위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설계를 빨리해서 가능한 한 2025년까지는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절차를 밟아야겠다"고 밝혔다.

세종시가 지역구이기도 한 이 대표는 "(지난달) 국토연구원 연구용역 결과가 잘 나왔고, 그것을 토대로 올해 중으로 설계비를 집행하는 일이 남아있다"며 "올해 예산은 10억원이 설정돼있고 내년 예산에 10억원이 계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헌법재판소가 '국회와 청와대가 (세종시로) 옮겨가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리는 바람에 아직 (국회) 이전을 못해 행정의 비효율적 요소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회가 열릴 때마다 공무원들이 서울로 출장을 와야 해 1년 출장비용만 40억∼50억원이 들고, 시간을 많이 낭비해야 한다"며 "이 비효율성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가 국회 전체가 가지는 못해도 상임위원회 기능은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부처 등 45곳 정도가 세종시에 가 있고 국책연구원은 15곳이 가 있어 현지에서 상임위를 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세종의사당에 상임위 17개 중 11개를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날 이 대표 등 민주당과 정부 관계자들은 세종의사당 건립 추진에 속도를 내자고 입을 모았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국민의 염원을 담아서 국회가 세종의사당을 설치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며 "상임위 중 국회 관련 업무는 운영위원회가 하는 만큼 운영위원장으로서 책임감 있게 임하겠다"고 약속했다.

특위 위원장인 박병석 의원도 "세종시의 성공적 건설은 국가균형발전의 핵으로, 명실공히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세종의사당 설치가 필수"라며 "입지와 규모, 법 통과가 당면과제"라고 말했다.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세종의사당의 입지, 규모 등이 확정되면 차질없이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지난달 나온 국회 사무처의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이제는 세종의사당 규모와 입지를 조속히 확정하고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국회와 행정부 간의 물리적·심리적 거리가 업무 비효율과 소통 부족을 초래하고 있다"며 "세종의사당이 이런 문제점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진 발제와 토론에서도 세종의사당 설치 문제에 대한 다양한 제언이 나왔다.

강현수 국토연구원 원장은 '업무효율성 제고를 위한 국회분원 설치 및 운영방안'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국회 종사자들의 정착을 위해 주거 안정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주거 안정책으로는 이주 직원들에 대한 주택 특별공급, 국회의원·보좌진에 사택을 제공하기 위한 '국회타운' 조성, 출장자들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 마련 등을 꼽았다.

이사비용과 지방 이전수당 지급, 배우자와 자녀 등 가족 직업 알선 지원, 공무원이나 교원 등 공공분야 종사자 배우자의 우선 전보 등 정주여건 지원책도 제언했다.

◇국회 전체 세종 이전 주장도 나와

세종시가 명실상부한 행정수도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국회 전체'가 세종으로 이전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주최로 지난달 2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관련 심포지엄에서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는 토론을 통해 "행정부와 입법부가 멀리 떨어져 있어 생기는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회 전체가 행정부 옆으로 가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했다.

그는 "국회가 우선 패스스트랙 선거법안을 개정한 뒤 곧 바로 개헌 작업에 착수하면서 행정수도 문제도 함께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만약 단기간에 개헌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선거 때 행정수도 문제를 함께 투표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는 대안도 제시했다.

김 기자는 "지난해 세종시의 효율성 문제를 집중 취재해 본 결과 행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의 국회 출장으로 인해 공직사회 기강이 무너지고,정책의 완성도가 떨어지며, 팀웍 작업이 흐트러지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폐단'도 나타나고 있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도약하기 전 이건희 회장이 불량 가전제품을 쌓아놓고 불을 질러 세계일류의 품질을 만들었다"며 "따라서 국회 세종 이전을 통해 국가 정책의 흠결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측 토론자인 진승호 국가균형발전기획단장은 "권력의 핵심축인 국회 조직을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 신도시)에 설치한다는 것은 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진 단장은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국회와 행정부는 같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며 "EU(유럽연합)나 독일처럼 입법부와 행정부가 분리된 경우 비효율에 따른 이전 요구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부측 토론자인 박무익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차장은 "세종의사당은 설계 공모부터 준공까지 약 60개월(5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야 온도차 해결이 관건

국회분원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당 차원의 적극 추진을 표명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국회분원이 정쟁으로 이용되면 안된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국회 사무처 용역안에는 국회분원의 정확한 규모와 예산 등 어느 하나 확정된 게 없다”며 “(적극 추진보다는) 5가지 안의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하는 작업이 우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세종 국회분원 설치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운영위 논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이해찬 대표를 중심으로 특위 구성에 심포지엄, 그리고 용역비 등은 분명히 긍정적 신호지만 야권의 시각차가 존재하는 것.

실제 한국당 충청의원들, 세종분원 가속페달에 경계심을 갖고 있다.

자유한국당 충청권 의원들이 지난 8월 정례회동에서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와 관련해 여당의 일방적‧정략적 접근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같은 달 21일 충청권 의원들은 21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가진 정례 오찬 모임에서 최근 국회 사무처가 공개한 세종의사당 설치 관련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발언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이날 모임에는 이장우 의원(대전 동구), 이은권 의원(대전 중구), 정용기 의원(대전 대덕구),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 홍문표 의원(충남 홍성‧예산), 경대수 의원(충북 증평‧진천‧음성), 최연혜 의원(비례대표), 유민봉 의원(비례대표) 등 8명이 참석했다.

모임 간사를 맡고 있는 최연혜 의원은 “세종시 국회의사당 설치에 충청권은 대부분 찬성하지만, 졸속이나 정략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회 사무처가 공개한 연구용역 보고서가 여당 의원들에조차 보고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해찬 대표가 ‘국회 분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 의원은 “이해찬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가 세종시이다 보니 세종의사당 설치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이는 아주 잘못됐다”며 “지역 의원들은 ‘분원’이 아닌, ‘세종의사당’이라고 표현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다만, 이는 향후 국회 운영위와 법사위에서 다뤄야 할 문제로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세종 신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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