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동양일보]Ⅰ. 한국에 이민자들이 몰려오고 있다. 동남아시아 인들이 주를 이룬다. 고임금에 대한 기대의 선택이란다. 그들에게는 한국이 기회의 땅이다. 중동보다 한국에서 일하면 급여가 4배가 많단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에 가면 월 30만~40만원 벌지만 한국에서는 170만원을 벌수 있단다. 일컬어 ‘코리안 드림’이다. 한국 이주노동자가 되려면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 합격하여야 한다. 200점 만점 기준 80점 이상 취득자 중 고득점자 순으로 선발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시험 준비에 200만 원 이상이 드는데 한국에 못가면 빚더미에 앉게 되고 낭인이 되는 사람들도 있단다. 그래서 한국어학원이 성업 중이란다. 네팔에서는 한국은 ‘이주 노동자의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 10월 24일까지 한국어능력시험에 원서를 접수한 인원은 9만 2376명이나 된다. 2008년의 3만 1530명에 비해 3배가 증가한 숫자이다. 카트만두에는 한국어 학원이 무려 816곳이나 되고 가장 큰 곳인 ‘신화’에는 수강생이 1000명이나 된단다.

그러나 이민자들로부터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이민자들은 한국은 “기회의 땅이지만 자유의 땅은 아니란다” 욕설에 시달리고 극단적인 업무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며 직장을 옮기는 것이 매우 어렵단다. 일이 고된 것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노골적인 폭언과 무시하는 태도이다. “야, 이 X새끼야 , 줄 잡아, 줄 !” 마치 군대조직에서의 상하관계처럼 ‘계급’이 정해져 있는 것 같이 명령식이다. 노동자들은 휴가를 마음대로 쓰기도 어렵고 가족들을 한국에 초청할 수도 없어 외로움에 가슴조리고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고된 노동과 차별에 좌절하거나 자살하는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일종의 ‘코리안 드림의 배신’ 현상인 것이다. 네팔인들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모는 방아쇠는 ▴기대감의 상실 ▴닫혀버린 탈출구 ▴주변의 기대 ▴무너진 가족·연인 등 모두 4가지란다. 네팔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서 하루의 휴식시간도 없이 그것도 기술 분야가 아니라 단순 수작업을 12시간씩 한단다. 노동시간 한계치인 52시간을 넘겨 일하는 사람은 45.6%나 되고 과로 산재인정기준인 60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노동자는 19.1%나 된다. 그리하여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Ⅱ. 인구절벽 시대에 구세주로서의 결혼 이주여성이 늘고 있다. 한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 현재 국내체류 중인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그들의 자녀들인 이주아동 등은 모두 241만 명으로 10년 새 125만 명이 증가하였단다. 올해 초중고 이주가정 자녀수는 13만 7725명으로 2012년의 만6954명 보다 3배나 증가하였다, 7년 새 3배나 늘어서 전체 학생 중 2.5%를 차지한다. 한국정부가 1980년대 후반 농촌인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제결혼을 장려하기 시작한 이후 베트남은 가장 적극적인 상대국이었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결혼해 온 인구는 2000년 이후 10만 명이나 늘었다. 이 후 30여 년간‘코리안 드림’을 이뤘다. 결혼을 잘하여 정착을 하게 되는 가정이 있는가하면 폭력과 차별, 외로움과 우울증을 견디지 못해 이혼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코리안 웨딩의 끝은 다시 가난이나 폭력으로 돌아가는 악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 베트남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일으켰던 베트남 이주여성 가정폭력사건이 이를 잘 말해준다. 유엔 인권정책 센터가 실시한 귀환여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돌아온 약 22%가 ‘가정폭력’으로 결혼생활이 끝났다는 것이다. 베트남 국민들은 한국인들에 대하여 자기 마음에 든다고 데려가 놓고 왜 폭력행위 및 학대행위 등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이주 및 결혼 이민자는 언어나 문화적 차이(장벽) 및 차별과 혐오, 가정의 정서적, 물리적 폭력, 체류의 불안정성 등에 의해 고통을 받는다. 많은 이민자들이 기회의 땅으로 선택한 나라에서 많은 고통과 설움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무슨 지원책이 있는지를 비롯하여 체류자격제도 등에 이르기까지 이민자들의 권익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전체적 다각적으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인권침해적인 차별이나 비인간적인 폭력 등은 철저히 금지되어야 한다. 우월적 지위에서 한국사회에 동화시키려고만 하지를 말고 타 문화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자세를 갖도록 하여야 한다. 결혼 및 취업 등의 방법으로 이민의 절차를 밟아 한국에 와서 삶의 둥지로 삼고 사는 사람들을 동포로 받아들이고 사랑으로 하나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세계동포주의, 지구촌 한 가족으로 살기 등을 외칠 수 있다. 세계 지도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명실공히 한국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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