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김찬주

[동양일보]공무원이 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9월 처음 흥덕구 주민복지과로 발령받고 내가 맡게 된 업무는 어린이집 보육교직원 채용과 경력 관리, 그리고 아동수당, 양육수당, 출산장려금 등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관리하는 일이다. 간혹 지급 대상이 아닌데도 보조금이 지급되거나 중복 지급돼 환수해야 할 경우가 있다. 아동 보호자에게 환수 사실을 알리며 사유를 설명해 드리면 대부분 수긍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종종 있다. 한 번은 전화 통화로 민원인께 보조금 환수 건에 대해 안내하던 중, 계속해서 (환수하지 않을) 다른 방법이 없느냐, 윗선에 부탁하면 빼줄 수 있지 않냐 등의 말씀을 하셔서 재차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리며 설명이 길어진 적이 있는데, 그분은 통화를 이렇게 마무리하셨다.

“네, 그렇게 하세요. 할 수 없다는데 하라는 대로 해야지, 우리 같은 사람에게 무슨 힘(?)이 있나요.”

또 한 번은 모 일간지에서 전국 지자체의 출산장려금, 양육지원금을 정리 및 비교해놓은 기사를 보고는 자신이 받은 혜택과 다르다고 느껴 문의하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는데, 확인해보니 사이트에 실린 설명이 다소 부족했다. 본인이 행정복지센터에서 안내받은 것과 기사의 정보가 다르다며 설명을 했던 공무원이 잘못한 것으로 오해를 하고 계셨는데, 내가 바르게 설명하자 되레 화를 내셨다. 그런 정보가 제대로 표기되도록 공무원들이 관리해야지 뭐 하는 거냐고 말이다.

신규 공무원으로서 처음 맡은 업무에 자부심을 갖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가능한 한 노력하려고 하는데 이런 반응을 접하면 마음이 상한다. 나 또한 공무원이 되기 전엔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복지부동이라는 막연한 불신이 있었지만, 막상 조직에 들어와 보니 업무가 과중하고 구성원들 모두 맡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 열심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거지만,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적어도 미움은 받지 않을 거란 생각도 해봤다.

왜 공무원 조직은 불신의 대상이 되는 걸까? 과거부터 형성된 편견으로 치부하기에는 이런 오해가 시민들의 불신을 유발할 뿐 아니라 공무원들 스스로도 부정적인 시각을 체화하게 돼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공무원들은 시민이 있기에 존재한다. 공무원들이 하는 일은 시민들의 생활과 맞닿아 있는 것을 넘어서, 삶을 이루고 있는 일을 다룬다. 그래서 가장 먼저 또 쉽게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작은 흠조차 공무원 조직에 대한 인식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짐작된다. 공무원들이 그 누구보다도 청렴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공무원 조직에 대해 굳어져 있는 인식이 아쉽기도 하지만, 생각의 방향을 달리해본다. 나부터라도 편견을 갖고 있는 민원인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빠르고 바른 일처리로 만족을 준다면 그분이 갖고 있는 불신을 신뢰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에 대해 불신을 갖게 되는 이유는 굳어있는 표정, 사무적인 말투 등 개인이 직접 겪은 응대 경험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긍정적인 응대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공무원 조직의 신뢰를 부분일지라도 점차적으로나마 회복한다면, 불신과 불만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시민과 공무원 조직이 서로 돕는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맡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공무원 조직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갖고 나부터 작은 변화를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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