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은

정성은 <청주시청원구환경위생과 주무관>

졸린 눈을 비비며 출근하던 내 앞에 노란색 버스가 섰다.

왜 그런 생각이 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갑자기’ 이동식 도서관이 떠올랐다. 일고여덟 살 때 아파트로 매주 한 번씩 노란색의 도서관 버스가 왔었다. 아이부터 어른을 위한 책까지 종류는 적었지만 나름 알차게 버스 내부를 꽉 채우고 있었다. 그러면 엄마 손을 잡고 책을 빌린 뒤 주전부리를 사는 것이 하나의 재미였다.

신호가 바뀜과 동시에 새로운 궁금증이 일었다. 책의 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 포털사이트에 검색을 해보니 죽간과 목독을 편철해 사용했던 것을 책이라 보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형태만 다를 뿐 책을 읽어왔다. 도대체 책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나는 물론이거니와 많은 사람들의 책에 대한 사랑이 지금까지 지속되는 걸까?

내 나름대로 고민해보니 요즘 책이 사랑받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편리성에 있어 보인다. 대나무와 나무껍질을 이용하던 원시적 방식에서 종이책을 넘어 현재는 e-book까지 책은 좀 더 가볍고 얇은 방식으로 진화했다. 크레마, 카르타, 킨들 등 다양한 e-book 리더기가 생긴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닐 필요 없이 300g밖에 되지 않는 무게로 책 수백 권을 들고 다닐 수 있는 정도까지 된 것이다. 심지어 페이지를 넘기는 것조차 귀찮은 사람들을 위한 리모컨까지 판매 중이라고 하니 게으른 사람들에게 엄청난 희소식인 것은 틀림없다.

시대의 흐름을 잘 쫓아가는 것도 책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다.

서점을 직접 갈 시간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알라딘, 예스24 등 대형 인터넷 서점이 생겨났다. 한 번 읽고는 읽지 않아 방치해두거나 새 책을 살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중고책 매매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일정 금액의 책을 사면 주는 굿즈도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넷플릭스 같은 TV 월정액 서비스처럼 밀리의 서재, 리디셀렉트, 예스24 북클럽, 교보 SAM 월정액 도서 서비스도 호평을 받는다.

책이라고 하면 교육을 반사적으로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독서는 교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물론 입시생들에게 생활기록부에 들어가는 독서 목록은 꽤 중요하고 교육과 관련된 수많은 논문들이 있지만 독서의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면 독서 치료가 그렇다. 나 같은 경우에도 책을 읽을 때 가끔 필사를 하면서 내용을 곱씹어 본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소한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내담자의 의지만 있다면 독서 치료를 통해 자아존중감 등 심리적인 문제에 어느 정도 기여한다는 유의미한 결과를 낳는다고 어떻게 책이 사랑받지 않을 수 있을까?

현재 청주에도 10곳 넘게 도서관이 있다. 각 대학 도서관에서도 지역주민을 위해 도서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책 한 권 들고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독서를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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