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동양일보]제주도 여행을 여러 번 다녀왔지만 금년 유월 여행 때 문화해설사의 이야기를 통해 제주도돌담에 얽힌 지혜에 감명을 받은 적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제주대학교 ‘정광중교수’가 쓴 ‘제주돌담이야기’글을 통하여 제주도 돌담에 대하여 자세히 알게 되었다. 밭의 경계로 쌓은 밭담, 집 주위를 두른 울담, 목축장의 잣담, 바닷속 원담, 무덤가 산담등이 있다. 섬 전체를 두르고 두른 수많은 검은 돌담 띠로 인해 제주는 중국의 만리장성에 빗대어 ‘흑룡만리(黑龍萬里)의 섬’이라 불리기도 한단다. 돌담은 제주의 환경적 열악함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열쇠였다. 돌담은 돌 많은 토지에 널려진 돌들을 효과적으로 제거, 정리하면서 바람에 무너지지 않게 풍속을 줄여 안전한 주거공간을 조성하고, 흙의 유실을 막았다. 또한 방목하고 있는 우마가 침입하여 농작물이나 시설물을 훼손하는 것을 막았다. 거기다가 명확한 경계표지 역할로 토지영역에 대한 분쟁을 줄일 수 있었다. 또한 돌담은 방어시설, 어로시설로도 활용됐다. 이렇게 돌담이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 만큼 돌담의 축조방법이나 형태도 가지각색이란다. ‘백켓담’은 담의 아랫부분을 작은 돌멩이로 빈틈없이 여러 겹으로 쌓아올려 그 위에 큰 돌로 틈새가 나도록 한 줄로 쌓은 담이다. 밭의 경계를 두를 때 이용하는 ‘외담’은 주변에 흩어진 돌들을 외줄로 크기나 모양에 상관없이 쌓아올린 담으로 쌓은 후 한쪽 끝에서 흔들면 담 전체가 흔들리도록 쌓아야 제대로 쌓은 담으로 친단다. 이렇게 쌓은 담은 바람에 유연하기 때문에 거센 바람에도 안전하다. 무덤을 두르는 산담에 사용하는 ‘겹담’은 안팎 두 줄을 큰 돌로 쌓고 그 사이에 잡석을 채워 넣어 완성한다. ‘잣길’ 혹은 ‘잣벡’이라 불리는 담은 자갈을 넓게 쌓아올려 사람이 그 위를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한 담이다. 힘 있는 자들이 남의 밭을 빼앗는 횡포를 막고, 방목하는 말들이 밭작물에 끼치는 피해를 막기 위해, 흙가루와 씨앗이 바람에 날아가 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쌓았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것이 바로 제주의 돌담들인 것이다. 열악한 환경을 개척하고 땅을 다스리는 슬기를 돌담에 불어 넣은 것이다. 다른 모양이지만 서로 보완하고 어우러져 즉 튀어나온 돌에는 들어간 돌을, 또 이렇게 생긴 돌에는 저렇게 생긴 돌로 어우러져 더욱 더 튼튼한 돌담이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요즈음 일류만을 지향하려는 경향이 있다. 기업, 직업, 의식주, 신랑감도 일류, 아이도 일류, 모두가 일류를 지향하고 있다. 상위 몇 프로, 국내 제일, 아시아 제일, 세계 제일 등 일류병에 푹 젖어있다.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열병처럼 번지고 있다. 세상이 일류만을 추구하는 까닭에 2등과 3등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풍조가 되어버렸다. 그러니 수많은 등외는 쪽도 못 쓰는 세상이다. ‘경허스님’은 비뚤어진 나무는 비뚤어진 대로, 찌그러진 그릇은 찌그러진 대로 쓸모가 있듯이 세상에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하물며 사람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다. 못난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장자’가 산을 지나는 길에서 나무를 베는 사람이 가지와 잎이 무성한 큰 나무를 베지 않고 있었다. 장자가 그 까닭을 물으니 가지가 너무 많아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했다. ‘장자’는 ‘이 나무는 재목감이 아니어서 천수를 누리는구나.’ 하였단다. 곧고 잘 생긴 나무는 쓸 곳이 많아 곧바로 잘리지만 굽고 가지가 많아 쓸모없는 나무는 숲을 지키며 그늘도 만들어서 뭇생명의 안식처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말이 생겨났다. 제주돌담도 아무렇게나 못생긴 돌들이 서로 어우러져 쌓아진 것이다. 그런데도 제주의 돌담은 아무리 거센 비바람이 불어도 끄떡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킨다. 똑같은 모양의 돌들이라면 이런 지혜로운 돌담이 만들어 질 수가 없는 것이다. 제주 돌담에서 거친 가연환경을 극복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서로 협력하며 공동체를 우선시 하는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지혜는 제주사람들이 자연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공동체사회를 유지하면서, 서로가 화목한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돌담은 제각각인 사람들이 어우러져 얽히고 설켜서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우리네 삶과 닮았다고 볼 수 있다. 작은 불빛들이 모여 어둠을 걷어내고 주위를 밝히듯 각 개인의 삶이 함께하는 밝고 건강한 의식을 가질 때 우리 모두의 삶이 행복해 질 것이다. 우리는 숙명적으로 연인과 부부, 가족과 친척, 남녀노소 이웃과 모두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 제주돌담처럼 서로서로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 맛보며 살아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