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성 붕괴’의 결정판

[동양일보 엄재천 기자]무인정찰기 사업이 육군과 공군 따로따로 추진되면서 예산이 중복돼 막대한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다.

김종대(정의당·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육군 국정감사에서 각 군의 ‘합동성 붕괴’로 육·공군 무인정찰기가 중복으로 추진되어 막대한 예산이 낭비됐다는 사실이 공개됐다고 밝혔다. 두 사업의 총비용은 9980억원이다. 공군이 올해 말 들여오는 고고도무인정찰기(HUAS) 글로벌호크 4기 사업비는 8800억원, 육군이 2020년 전력화하는 육군 군단급 무인정찰기 사업비는 1180억원이다.

김 의원은 “계룡대에 3군 본부를 함께 둔 것은 바로 합동성을 강화하라는 뜻”이라며 “2층에 육군본부 있고, 4층에 공군본부 있다. 그럼에도 사실상 같은 사업인 무인정찰기 사업을 별도로, 그것도 긴밀한 소통도 없이 진행해 1조 가까이 드는 사업이 사실상 중복 추진됐다. 합동성의 붕괴다”라고 지적했다.

무인정찰기 사업을 먼저 추진한 건 공군이다. 그런데 도입이 완료되기 전 육군은 군단급 무인정찰기를 개발했다.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육군의 군단급 무인정찰기 영상이 글로벌 호크보다 뛰어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육군 군단급 무인기는 18시간 비행하며 100km 밖까지 볼 수 있는 성능으로 세계적으로도 최고 성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우리가 깊이 성찰해야 할 대목이다. 육·공군 합동으로 진행했더라면 예산낭비도 줄이고 우리 연구개발 역량도 강화됐을 것”이라며 “스스로의 역량을 믿지 못하고 각 군 이기주의에 빠져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닌지 추후 따져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중복추진 현상의 배경에는 이유 불문하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자는 ‘성과주의’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군의 조급한 성과지상주의가 중·장기적으로는 기술력 축적을 방해하고 양산된 무기체계의 품질 역시 저하시키고 있는 실정”이라며 “육군무기인 K-2전차, K-11복합소총, 전술지휘통신(TICN) 개발이 모두 실패로 귀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엄재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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