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영 청주시아동보육과 주무관

김혜영 청주시아동보육과 주무관

[동양일보]어린이집 업무를 담당하기 전까지 경찰서, 법원 등의 기관은 나와는 거리가 먼 별개의 곳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법을 지키고 성실히 살면 그런 무서운 곳(?) 과는 가까이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구청에서 업무와 연관돼 행정처분을 하고 고발 등의 업무를 하게 되면서 경찰서와 법원을 그야말로 밥 먹듯이 드나들며 생활 반경이 180도 변했다. 경찰서에 사건 관련 진술을 하러 가고 법원에 출석해 변론을 하면서 업무 스트레스로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고 버티기 힘들다고 생각되는 날들이 연속됐다.

그날도 이런저런 걱정으로 잠을 설치던 중, 새벽에 휴대폰에서 문자 알림음이 들려 확인해보니 중학교 동창이 보낸 메시지가 와 있었다.

“혜영아, 잘 지내지? 어젯밤에 너의 꿈을 꿨어! 네가 별일 없이 건강하고 잘 지내길 바란다.”라는 내용의 짧은 문자였다. 5~6년 전쯤 우연히 길에서 마주쳐 반갑다며 점심 한 번 같이 먹고 전화번호만 교환한 채 연락을 전혀 안 하던 친구에게 온 문자였다. 문자를 보낸 시간으로 미뤄 짐작하건대 아마도 나에 대해 안 좋은 꿈을 꾸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보낸 문자인 것 같았다.

남들에겐 그냥 일상적인 안부 문자였을 텐데 당시의 나에겐 힘든 나의 맘을 알아주는 의미 있는 문자로 생각됐고 그 친구의 휴대폰 대문 글인 ‘다 잘 될 거야!’라는 문구도 힘을 내서 버티라고 나에게 보여주는 누군가의 계시처럼 느껴졌다.

당장 다음날 책상 위에 ‘다 잘 될 거야!’라는 문구를 프린트해 붙여놓았고 친구의 문자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힘든 시기를 버텨보기로 결심하는 계기가 돼줬다. 친구가 작은 관심을 가지고 보낸 짧은 안부 문자가 나에겐 너무나 큰 힘과 위로가 돼준 것이다.

나름대로 어려운 시간을 지나오면서 새삼 느낀 것은 내가 살면서 알게 모르게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참으로 많이 받으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힘들어 못하겠다는 나의 하소연에 우리 힘을 내서 같이 해결해보자며 열심히 도와주시고, 법률 자문과 소송 관련으로 귀찮을 정도로 문의해도 사소한 것까지 알려주시고, 본인 업무도 과중한데 불평 한 마디 없이 업무를 대신해 준 윗분들과 동료들. 다들 바쁘고 힘든 상황인데 부하 직원 혹은 동료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도움을 주시는 고마운 분들 덕분에 부족한 내가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계속 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

직장생활을 하는 우리 모두는 업무와 관련해 혹은 사람과의 관계로 인해 어렵고 힘든 순간을 직면하며 생활하고 있다. 그런 순간에 지나가며 건네는 따뜻한 위로의 말, 어깨를 다독여주는 격려의 행동이 사소한 것 같지만 누군가에게는 힘든 순간을 이겨내는 큰 용기가 돼 줄 수 있는 것이다.

지치고 힘든 일들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우리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존재인지를 서로 일깨워준다면 지금 겪는 스트레스나 좌절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관심과 ‘다 잘 될 거야’라는 응원의 메시지만으로도 충분하다. 그것만으로도 우린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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