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예산·수의직·살처분 인력 등 이중고 넘어 삼중고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전국이 초비상 상태인 가운데 음성군청 축산식품과와 진천군청 축산위생과 직원들 역시 연일 마음을 졸이며 밤을 지새고 있다.

[동양일보 김성호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국의 축산 농가를 크게 긴장시키고 있는 가운데 이제 가축질병도 국가 차원의 관리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11월~1월) 모두 동절기 발생으로 기간이 한정돼 있는 반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1년내내 바이러스가 돌아다니며 발병할 확률이 높아 수의사 등이 대거 포진한 국가전문기관 설립이 필요하고, 이 기관 차원의 방역 등 대응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충북 음성·진천군만 살펴봐도 수의직 공무원은 각각 4명이 정원이지만 음성군 1명, 진천군은 2명만 근무중인데다 이직률까지 높아 군정이 모두 집중되는 가축질병이 발생할 경우 방역 골든타임을 놓치기 일쑤고, 또 제대로 된 대응 또한 힘들다는 게 이들 지방정부의 고충이다.

음성군에는 38개의 양돈 농가에서 10만8000두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고, 진천군 역시 61개 농가에서 13만613두의 돼지가 사육되는데도 수의직 공무원 3명이 이를 다 관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이에 이들 지방정부는 축산직을 충원해 수의직 공무원의 업무를 대체토록 한다는 궁여지책이지만 현재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즉, 군청 축산 담당부서는 수의직을 포함해 격무에 시달리는 공무원이 많아 기피부서가 된지 오래고, 수시로 예찰을 다니는 통에 가축질병 이외에 업무는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들의 하소연이다.

여기에 가축질병이 발생할 경우 방역이나 살처분, 관련 예산 모두 지방정부의 몫이다 보니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재정으론 밀도 있는 업무 처리가 어렵다는 점 또한 지방정부의 현실적 한계라는 게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따라서 매년 되풀이 되는 구제역이나 AI, 여기에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각각 대응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전담 조직을 만들고, 이 조직을 통해 신종 가축질병까지 체계적으로 관리·대응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시각이다.

이와 관련, 음성군청 한 관계자는 15일 "이제 가축질병은 지방정부의 힘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시점이 됐다. 국가 차원의 지원과 정책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라며 "전담기관을 만들어 대응토록 하는 것은 물론 방역과 살처분, 관련 예산 투입 등을 구분하는 역할분담도 절실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가운데 살처분 작업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게 현 상황이다. 최근 5년 간 구제역·AI 등에 투입된 공무원 중 4명이 사망하고, 5명이 PTSD 등으로 진료를 받고 있는 때문이다.

이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손금주 의원이 지난달 24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로,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었던 2016년엔 과로로 인한 사망 1명과 PTSD 3명 등 총 4명의 사상이 발생했고, 이들은 여전히 PTSD 치료 중이다.

또 지난 2017년 AI 파동 때는 과로로 2명이 사망했고, 2018년에 2명이 면역기능 저하로 진료를 받는 등 2015년엔 1명이 심장마비로 사망, 국가 차원의 가축질병 전담기관 설립 필요성을 대변하고 있다. 음성·진천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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