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 논설위원 / 유원대 교수

백기영 논설위원 / 유원대 교수

[동양일보]생태도시는 인간과 환경을 하나의 유기체로 바라보는, 환경과 사람이 공생하는 도시이다. 도시의 다양한 활동이나 구조를 자연생태계가 가지고 있는 다양하고 순환적인 체계에 입각하여 만드는 도시가 생태도시이다. 자연, 환경, 사람이 친화된 쾌적한 공간으로서의 도시, 물, 자원, 에너지가 효율적으로 이용되고 재활용되는 오염 없는 도시, 환경 보전 기능을 갖춘 도시 시스템과 생활양식을 갖춘 도시로 정의된다.

도시환경문제에 대한 생태학적 연구는 1970년대 도시를 하나의 생태적 단위로 인식하고 물질과 에너지의 순환 측면에서 분석하려는 시각에서 시작되었다. 도시생태계는 필연적으로 자원과 에너지의 대량공급이 필요한 외부종속적인 체계이며, 그래서 도시의 생태적 안전성, 독립성, 다양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생태도시로 전개되고 있는 개념은 에코시티이다. 도시의 구조와 기능이 환경에 대한 고려 속에서 만들어지며, 시민 개개인의 환경배려 활동이 활발한 도시이다. 초기 에코시티는 고베시나 시가 현의 도시계획을 통해 알려져 왔다.

고베 시는 1972년 인간환경 도시선언을 통해 환경과 공생하는 도시만들기를 천명한다. 자연과 공생하는 생태공간을 창조하며, 도시 내 물질순환이 적절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며, 여유 있고 쾌적한 도시공간을 창조하고, 환경과 어울리는 생활과 생산 활동을 전개한다는 4가지 목표를 주창한다. 도시골격 만드는 실행방안으로는 보전지구 등 제도 운영과 도시구조의 분산적 집중과 직주근접 체계 구축이 있다. 순환형 도시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빗물이용, 중수도시스템 도입, 에너지 효율적 이용, 도시녹화와 수변정비, 녹색의 연출이 주요 실행방안이다. 추진체계로는 환경교육과 주민참여, 시민농원, 지역녹화운동 등 지역주민의 활동, 가정과 산업현장에서의 환경활동이 제시되었다.

시가 현은 환경보전 시범도시계획을 통해 환경에 순응된 생활, 생물과의 공생, 적당한 물질순환을 목표로 두고, 다음과 같은 마을만들기 방침을 제시한다. 자연과 공생하는 생태적 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숲을 육성하고, 숲에서 놀 수 있고, 계절을 느낄 수 있는 마을을 만든다. 적정한 물질순환 확보를 위해 산림과 물이 체감될 수 있으며, 에너지 흐름이 산림 속에서 나타나고, 자원 활용으로 폐기물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 쾌적한 미래도시공간 창조를 위해 도시 오아시스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옛 풍경을 소생시키며, 새로운 풍경을 창출한다. 인간과 환경이 어울리며, 인간적 관계에서 사는 보람과 기쁨을 발견하며 환경에 대해 배우고 움직이는 사람을 키우는 마을을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

결국 생태도시로서 에코시티는 산림 생태계로부터 배워서 도시생태계에도 자립성과 순환성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요체이다. 이를 위해서는 환경보전적이며 순환형 도시시스템이 필요하다. 도시에 입력되는 물질과 에너지의 순환 사용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도시 속에 자연을 재생하고 육성하며, 자연과 농지, 하천과 수변, 용수 등의 보전과 생물보호, 도시녹화, 생물서식 환경 창출이 지속되어야 한다. 시민이 도시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주체적인 존재로서 역할을 하도록, 시민 주체의 에코시티 제도 확립도 중요하다.

아울러 생태도시는 자원을 절약하고 재생 가능한 자원을 이용하며,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주로 소비하는 지역의 생태적이며 문화적인 다양성과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환경배려의 새로운 교류를 위해 지역의 개성과 역사성을 살린 지역의 건설과 인간적 교류가 활발한 공동체 형성 역시 생태도시를 구현하기 위해 강조된다.

반면, 많은 생태도시 계획은 도시환경관리에 대한 뚜렷한 목표에 비해, 각 목표를 위한 정책들의 긴밀한 연결과 도시 전반적인 변화를 위해 필요한 종합적 관점에서의 처방은 미흡한 편이다. 에너지와 자원이용의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의존하는 최신 기술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환경악화 문제에는 대안 제시가 보완되어야 하며, 개별 시설이나 특정 분야에 대한 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도시구조나 대기나 수질 등 종합적 환경의 질과 관련된 방안에는 대처가 부족하다. 환경과 공생하는 도시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생태도시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제시하고 사회경제적 제반 분야의 통합적 처방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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