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도심 7마리 출몰…상가 유리창 깨고 자동차 파손

12일 낮 12시 30분께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 공예비엔날레 행사장 주차장에 나타난 멧돼지를 청주동부소방서 119구조대가 마취총으로 포획해 차량에 싣고 있다.
17일 오전 7시 30분께 청주시 서원구 수곡동과 모충동 일대에 멧돼지 7마리가 나타났다. 이 중 1마리는 사살되고, 다른 1마리는 차에 치여 죽었다. 사진은 사살된 멧돼지. <청주청원경찰서>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출근길 도심 7마리 출몰…상가 유리창 깨고 자동차 파손

-1마리 실탄 사살·1마리 차에 치여 죽어…경찰관 1명 부상

-10월 멧돼지 출몰 최다…민통선일대 잇단 ASF 감염 불안



청주도심에서 멧돼지 출몰이 잇따르고 있다. 산에서 내려온 멧돼지들은 전시행사장, 아파트 단지, 주택가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출몰해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10월은 1년 중 야생멧돼지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시기인데다가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유행이 더해지면서 방역과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17일 오전 7시 40분께 청주시 서원구 수곡동과 모충동 일대에 멧돼지 7마리가 출몰해 소동이 일었다. 인근 매봉공원에서 도심으로 내려온 것으로 보이는 이들 멧돼지는 수곡동 A아파트와 모충동 B아파트 단지 사이 도심 거리를 활보하며 인근 상가 유리창을 깨고, 주차된 차량을 파손하기도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와 경찰은 주택가를 헤집고 다니는 멧돼지를 추적, 실탄 9발을 쏴 1마리를 사살했다. 사살된 멧돼지의 무게는 100㎏가량이다. 사살 과정에서 멧돼지의 공격을 받은 김모(57) 경위가 다리에 상처를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또 다른 1마리는 달리는 승용차에 치여 현장에서 즉사했고, 나머지 5마리는 인근 야산으로 도망갔다.

경찰과 소방당국, 엽사들은 도망간 멧돼지들을 추적하고 있으며, 방역당국은 죽은 멧돼지들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낮 12시 30분께 청주시 내덕동 청주공예비엔날레 행사장에 멧돼지 1마리가 난입해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와 경찰의 마취총을 맞고 포획됐다. 이 멧돼지에 의해 70대 여성이 다치기도 했다. 정밀검사결과 ASF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청주 외 지역에서도 연이어 멧돼지가 출현했다. 16일 밤부터 17일 새벽 사이 서울 주택가와 아파트단지에서 멧돼지 8마리가 출몰해 곳곳에서 포획작전이 벌어졌고, 14일에는 대전보훈병원에 나타난 멧돼지가 본관 1층 유리창 등을 부수고 달아났다. 6일에도 세종시 소담동 한 아파트에 멧돼지 3마리가 출몰해 사살되거나 포획됐다.

이처럼 멧돼지의 도심 출몰이 잇따르며 시민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연이어 검출된 가운데 먹이를 찾아 산에서 내려오는 멧돼지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어 지자체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멧돼지들의 도심 출몰은 서식지 감소에 따른 부족한 먹이를 찾기 위해서다. 실제 멧돼지의 적정 서식밀도는 100㏊당 1.1마리지만, 환경부에 따르면 충북의 멧돼지 서식밀도는 5.2마리에 달한다.

수렵인들과 소방당국은 “10월은 연중 멧돼지 출몰이 가장 활발한 시기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12월부터 시작되는 번식기와 월동을 앞둔 10월에 멧돼지의 식욕이 왕성해진다는 것. 먹이를 찾아 행동반경을 넓히다가 길을 잃고 주택가와 도심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멧돼지 출몰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자 각 지자체는 유해야생동물 자율구제단, 유해야생동물 피해방지단 등을 통한 관리와 함께 각종 피해보상 대책 등을 내놓고 있다. 충북 보은·옥천·영동군은 11월 28일~내년 2월 29일 순환수렵장을 운영하며, 대전 대덕구는 다음달 17일까지 계족산 일대에서 유해 야생동물 포획에 나선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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