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 눈덩이 피해에도 '강건너 불구경'...예방·치료 불가능해 천재지변에 준하는 보상책 마련해야

[동양일보 김성호 기자] 진천과 음성을 비롯한 충북전역과 전국 각 지역이 '박과진딧물매개황화바이러스' 등 농작물 바이러스 피해에 속수무책이지만 정부 당국이 '강건너 불구경'이어서 이에 따른 비판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증평·진천·음성)은 20일 농작물 바이러스 피해에 대한 별도의 관리를 통해 적극적인 보장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 의원이 농촌진흥청과 국립농업과학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바이러스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심각 그자체다.

특히 현재 바이러스 피해에 대한 공식적인 전국 통계는 집계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 농촌진흥청 연구사업을 통해 박과류 사례를 집중 분석한 결과 박과류 피해는 충북과 전북지역에 중점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게 경 의원의 주장이다.

경 의원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6~2018년 충북과 전북의 수박·멜론·오이 작물에 대한 바이러스 피해 조사결과 수박은 81개 조사농가 중 27개(33%) 농가에서 수박모자이크바이러스(WMV)가 발생했다. 25개(31%) 농가에서는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OGMMV)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만 봐도 충북 청주, 음성의 10개 중 6개 수박농가(60%)에서 수박모자이크바이러스가 발생한 것이다.

멜론은 총 32개 조사농가 중 15개(47%) 농가에서 박과진딧물매개황화바이러스(CABYV), 12개(38%) 농가에서는 수박모자이크바이러스(WMV)가 발생했다. 지난 2017년 진천, 음성 17개 중 12개 농가(71%)에서 박과진딧물매개황화바이러스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이 역시 총 74개 조사농가 중 33개(45%) 농가에서 박과진딧물매개황화바이러스(CABYV), 27개(36%) 농가에서는 쥬키니황화모자이크바이러스(ZYMV)가 발생했다. 지난해 진천, 음성, 충주 32개 중 16개 농가(50%)에서 박과진딧물매개황화바이러스가 발생했다.

올해 부쩍 피해가 심각한 전국 멜론·오이의 바이러스 발생 사례를 조사한 결과, 전국 57개 시·군의 205개 농가 중 144농가(70%)에서 박과진딧물매개황화바이러스(CABYV)가 검출됐다. 경기도(31개 농가)와 충북(18개 농가)에서는 100%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농작물 바이러스는 진딧물, 종자, 즙액 등을 매개로 감염돼 박멸이 불가능하며 치료제가 없어 농지 주변 잡초를 제거하고 지속적으로 검사해 감염농작물을 솎아내는 등 단순한 피해경감 대책만 실시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즉, 농민들에게 달리 방법이 없는 자연재해에 준하는 불가항력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은 바이러스를 따로 규정하거나 관리조차 하지 않고 있고, 농민들의 피해에도 무관심해 농작물재해보험 등 보장대책 또한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경 의원은 "농작물 바이러스는 농민들에게 예방과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자연재해와 다를 바 없다"면서 "농식품부와 농진청, 농협, 농금원 등 관계기관이 적극 협의해 바이러스 피해가 심각한 품목들을 따로 발굴하고 피해 농민들에 대한 보호방법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질타했다. 진천·음성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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