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세상은 궁극적으로 남성을 구원하는 일”

충북성평등축제를 찾은 김진애 도시건축가가 충북미래여성플라자 건물에 걸어놓은 걸개그림 ‘우는 암탉’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성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일은 여성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남성을 구원하는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여성을 상대적 약자로 규정하고 시작되는 ‘성평등’에 대한 논의를 또 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한 김진애(67) 도시건축가의 재치가 돋보이는 한마디다.

김진애 도시건축가가 지난 18일 충북미래여성플라자 일원에서 열린 충북성평등축제를 찾아 ‘공간속의 성평등’ 특강을 했다. 그는 18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tvN 예능프로그램 ‘알쓸신잡3’에 출연하면서 재치있는 입담으로 대중적인 유명세를 얻은 인물이다. 그의 특강 소식에 강연장은 앉을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이날 그는 특강을 통해 여성과 남성이 서로의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함께 누리는 공간 안에서 행복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비법들을 제안했다.

그는 “지나치게 여성화가 돼 있는 집이라는 공간을 남성에게 권한을 이양함으로써 양성성을 학습하는 공간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며 “부엌민주주의, 식탁민주주의, 화장실민주주의를 통해 남성과 여성이 같은 권한을 갖고 함께 공간을 누려야한다”고 말했다.

1971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 유일한 여학생으로 입학한 그는 ‘서울대 공대 전설’로 남아있다. 여자 화장실이 없는 공대 건물에서 남자 화장실을 혼자 마음대로 드나들었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또 MIT 건축학 석사, 도시계획학 박사 출신으로 1994년 타임지의 ‘차세대 주목할만한 인물 100인’에 선정된 유일한 한국인이기도 했다.

현재 그는 딸 2명을 출가시키고 유기견 2마리, 남편과 함께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그 시절 여성으로서 아이를 키우며 학위를 따고 남성과 동등하게 일해왔던 지난 시간들에 대한 고생담이 왜 없겠느냐”며 “지나고 나니 그 때 굉장히 힘들었구나를 알게 됐는데, 엄살 부릴 줄 아는 용기,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연대를 만들어 가는 일들이 마음의 상처를 줄일 수 있는 길이다”고 강조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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