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간 1853대 몰래 접속…8500여개 동영상 저장도 반려동물 시대 필수품 부각…관련 모방범죄 등 잇따라 해킹 취약해…초기 아이디·비밀번호 변경 등 대비 필수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2년여 간 1800여대의 IP(인터넷프로토콜)카메라에 몰래 접속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훔쳐 본 40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청주지법 형사3단독 오태환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정보통신망침해 등) 혐의로 기소된 A(40)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다른 사람의 IP카메라 1853대에 무단 접속해 1만665차례에 걸쳐 사생활을 훔쳐 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해킹한 화면 중 여성의 속옷차림 등이 녹화된 동영상 파일 8500개 이상을 저장하고, 재접속을 위해 해킹명단을 엑셀파일로 정리하거나 즐겨찾기 등록도 했다.

IP카메라는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영상을 송출하는 기능이 있는 카메라로 집 안이나 현관 등을 모니터링 하는 용도 등에 주로 쓰인다.

A씨는 특정업체 IP카메라의 인터넷 접속방법을 알아낸 뒤 초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쓰는 사람들을 상대로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 부장판사는 “2년여 간 1800여대가 넘는 IP카메라에 몰래 접속해 신체나 생활 등을 엿보고, 여성의 모습이 녹화된 영상을 저장하는 등 사생활 침해 정도가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타인에게 영상파일을 유포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잇단 IP카메라 해킹…모방범죄도

IP카메라는 최근 반려동물을 기르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필수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반려동물의 상태 등을 원격에서 쉽게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KB금융그룹의 2018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약 502만 가구 중 60%가 반려동물을 위해 IP카메라 등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 같은 IP카메라 해킹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모방범죄로도 이어지고 있다.

B(52)씨는 중국 사이트에서 IP카메라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뒤 비밀번호 등이 취약한 IP카메라를 찾아 70대 168차례에 걸쳐 타인의 사생활 영상을 시청한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서울동부지법도 다른 사람의 IP카메라에 무단 접속해 영상을 훔쳐 본 혐의로 C(32)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C씨의 경우 지난해 IP카메라 해킹범 검거 뉴스를 보고, 인터넷으로 검색해 해킹방법을 알아내 범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에 연결된 IP카메라의 특성상 IP주소만 알면 누구나 카메라에 접속 가능하고, 기기 자체의 보안은 취약하다는 게 경찰과 인터넷 보안 전문가 등의 설명이다. IP카메라의 IP주소를 제공하는 사이트만 알면 누구나 쉽게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카메라 초기 비밀번호만 변경해도 대부분의 해킹을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주기적으로 최신 펌웨어를 업데이트 하는 것도 필수다. 집에 사람이 있을 때 카메라를 천으로 가려놓거나 오랜 시간 집을 비울 때는 카메라를 꺼두는 것도 해킹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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