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동양일보] 아침 출근길에 도로를 달리다 보면 가슴 아픈 현장을 종종 보곤 한다. 로드 킬의 모습으로 한 생명체의 주검이 도로위에 덩그러니 있어 비참함을 느낀다. 환경과 인권이 중요시되고 복지를 최우선하는 현대사회에서 목격되는 현장으로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하다. 로드 킬 관련하여 정부기관의 대책과 환경 및 시스템의 변화도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주로 목격하는 로드 킬의 대상은 어떤 동물일까? 고라니이다. 고라니는 세계에서 보호하는 귀한동물이나 이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는 고라니가 매우 많은 편이며, 생긴 모습은 노루와 비슷하나 조금 다르며 순하고 예쁜 모습을 지니고 있다. 고라니는 초가을부터 겨울이 짝짓기 계절이다. 서로의 짝을 찾아 이동하는 시즌이다 보니 로드 킬(Road kill)을 많이 목격하게 되며, 오늘은 천연기념물과 같이 귀한 고라니에 대하여 논해보자.

고라니(Water deer)는 사슴과의 포유류로 한국, 중국 중동부에 서식하고 있으며 털은 거칠고 굵으며 몸의 등 쪽은 노란빛을 띤 갈색, 배 쪽은 연한 노란색, 앞다리는 붉은색이다. 얼굴 윗부분은 회색과 붉은빛을 띤 갈색, 턱과 목 윗부분은 흰빛을 띤 갈색이다. 유두는 4개 있어 고대형 노루임을 알 수 있다. 갈대밭이나 관목이 우거진 숲에 서식하며 갈대나 거친 풀, 사탕무 등을 먹는다. 번식은 11∼1월이고 임신기간은 170∼210일이며, 5∼6월에 한배에 1∼3마리를 낳는다. 한국의 금강산 오대산 설악산 태백산 등의 태백산맥과 소백산맥 그리고 중국 양쯔강 유역 지앙수성(江蘇省) 등지에 분포한다. 두 종류의 아종이 있으며, 중국에 서식하는 중국 고라니(Hydropotes inermis inermis), 한국에 서식하는 아종은 한국 고라니(Hydropotes inermis argyropus)가 있다. 국제자연보존연맹(IUCN) 적색 목록에는 취약으로 지정되어 있으나 우리나라는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

고라니는 대개 새벽과 해질녘에 많이 활동하며, 물을 좋아하고 수영도 잘한다. 번식기 중에 “또르륵 또르륵” 혹은 “빼 에엑~ ” 소리나 짖기 휘파람소리 등 여러 가지 소리를 내는데, 소리를 만드는 기전은 알려지지 않았다. 성 성숙은 수컷 5~6개월 암컷 7~8개월 정도 된다. 노루나 고라니는 모두 초식동물로 우제목의 사슴과 포유류라는 공통점이 있고, 구별법은 뿔과 엉덩이를 보면 안다. 고라니는 몸집이 10kg 내외로 작고, 수컷은 송곳니(견치)가 길게 자라 입 밖으로 나와 있고, 노루는 수컷은 뿔이 있고, 몸집은 20~ 30kg 내외로 고라니보다 훨씬 크다. “노루 제 방귀에 놀라듯”이란 말이 있듯 노루는 겁이 아주 많은 동물이고 고라니도 농장 주변에 나타나면 사람 눈치를 보다가 서서히 도망간다.

고라니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지녔지만 사람의 비명 혹은 울음소리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 사람을 놀라게 한다. 고라니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곳은 바로 도로 상이며, 지난해 한국도로공사 발표에 의하면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로드 킬 1위가 고라니이다. 도로상에서 고라니를 마주하면 고라니는 피하지 않고 오히려 차에 달려든다. 이는 시력이 좋지 않은 야생동물이 일시적으로 시력 장애를 입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야간에 차와 마주하는 고라니는 경적을 울려 도로 밖으로 내 쫓는 것이 상책이다. 우리나라의 고라니는 멸종 위기동물은 아니며 개체수가 많아져 유해동물로 지정 되어있다. 현실적으로 도로상에서 로드 킬과 농작물 피해는 날로 심각하게 증가하고 있다.

요즈음 가끔씩 시골 향수가 그리워 주말이며 그리운 이웃이 있는 전원마을에 들러 담소를 나누며 힐링(Healing)을 한다. 한적하고 경치가 아름다운 시골마을 주변에는 고라니들이 많이 있다. 초가을 즈음이면 아름답기보다는 흉측한 고라니의 하울링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흉측한 비명소리에 가까운 소리는 그들만의 사랑을 표현하는 소리라고 한다. 이는 자연의 섭리로 우리가 받아들이고, 아름다운 소리로 인식하는 마음의 전환이 필요하다. 로드 킬의 현장에서 고라니의 휘귀성을 되 뇌이며 천연기념물처럼 아끼고 보호하자. 호주의 캥거루가 그 나라를 상징하듯 우리도 이와 연관시키면 좋을 수도 있다. 아무튼 우리는 자연과 함께 야생동물과 공존하는 삶을 추구하며 행복한 인생의 꿈을 현실로 받아들이며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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