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보다는 화해로…가해자와 피해자 최선의 합의 도출 가능”

-‘형사조정의 달인’ 화해중재위 등 14년간 업무

-최근 3년간 형사조정 성립률 67.5% ‘전국 최고’

-전국 71만명 형사사건 휘말려…고소·고발 남발

-“‘일도양단’ 사건처리 한계…분쟁해결 역할 증가”



“형사조정은 분쟁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오해나 감정적 대응이 아닌 화해를 통해 최악의 선택을 하는 것을 막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형사고소·고발사건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형사조정이 더욱 활발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누군가의 인생을 보면 ‘이 일을 하려고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양효석(60) 청주지검 형사조정위원회 사무처장의 발자취가 그렇다. 그 일에 적임자란 얘기다.

대검찰청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의 고소사건은 41만6058건이었고, 피고소인은 60만5090명에 달했다. 고발사건은 7만2446건, 10만9021건이었다. 고소·고발로 인해 1년 동안 71만4000여명이 형사사건에 휘말린 셈이다. 이처럼 형사 고소·고발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실제 기소로 이어지는 비율은 채 20%가 되지 않는다.

양 처장은 “우리 사회에 고소·고발이 남발되는 경향이 있다. 사소한 다툼의 경우 합의를 통해 사건 처리기간을 단축하고, 보상절차가 먼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형사조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형사조정제도는 형사분쟁에 대해 전문성과 덕망을 갖춘 민간인으로 구성된 형사조정위원회가 가해자와 피해자 간 합의로 분쟁의 해결을 도모하는 제도다. 이웃 간 감정 대립 분쟁 사건, 경미한 폭행, 소액 재산범죄, 명예훼손, 임금체불 사건 등은 조정을 먼저하고 처벌 여부는 뒤에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국 58개 지방검찰청의 형사조정위원은 2900여명에 달하며, 청주지검에는 법무사·행정사·사회복지사 등 전문분야 종사자는 물론 사회경험이 풍부한 지역 내 사회단체장, 교육자, 기업대표 등 56명의 형사조정위원이 있다.

청주지검 형사조정위원회의 연간 조정건수는 1500~1900건. 최근 3년간 평균 형사조정 성립률은 67.5%로 전국 최상위권 실적을 보였다. 2009년 시작된 청주지검 형사조정위원회가 전국 최고의 조정 성립률을 보이는 뒤에는 형사조정의 역사를 함께 하고 있는 양 처장의 힘이 컸다.

보은이 고향인 양 처장은 충무관 합기도 총관장, 경향신문 충북지사장을 거쳐 청주에 터를 잡았다. 청주지검 범죄예방 청주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청주지검과 연을 맺었고, 지금은 청주지검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사법보좌위원 등을 맡고 있다.

“올해가 활동한 지 14년째입니다. 법사랑 범죄방지위원회 활동 당시 그곳 실장님의 권유로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소속 화해중재위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화해·중재와 형사조정 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청주지검 형사조정위원회를 벤치마킹하려는 다른 지검 형사조정위원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양 처장의 귀띔이다.

화해조정부터 형사조정까지 14년의 기간 양처장의 손을 거친 조정사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지만, 그의 기억에 남는 사건 중 하나는 괴산의 노인 상해사건이다. 형사조정은 보통 검찰청 내 형사조정실에서 이뤄지지만 피의자가 거동이 불편한 85세 노인이어서 출장 조정을 나갔던 것. 또 형편이 어려운 교통사고 사망사건 피의자가 합의금 5000만원을 도저히 낼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중소기업청에 소상공인 자금 대출을 소개하고, 피해자에게는 수차례에 걸쳐 피의자의 어려운 형편을 적극 설명, 결국 500만원에 합의를 이끌어낸 사건도 있었다. 요즘은 미성년자인 청소년범죄 사건을 조정하는 비율이 커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양 처장은 말한다.

양 처장은 전문성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월 1회 선임위원 회의를 통해 조정위원 교육을 하고, 조정기법과 우수사례 공유, 조정기법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형사조정 외에도 국수봉사·연탄봉사 등을 통해 따뜻한 지역사회 만들기에도 노력하고 있다.

“기존의 국가주도 형사분쟁 해결수단 외에 다양한 분쟁해결의 창구와 통로를 마련해 활성화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형사조정은 그 중요한 돌파구로 기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도 초기부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정과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한 형사조정위원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양 처장은 앞으로 형사조정제도를 더욱 활성화하고 고도화하기 위해 기관장과 담당 검사, 직원 등 주변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가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성립된 형사조정에 집행력이 부여되지 않아 공증제도를 활용해야 하는 운영방식을 벗어나 장기적으로 민사 확정판결과 동일한 수준의 집행력을 부여하는 근거규정을 마련해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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