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예성초등학교

충주예성초 6학년 학생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돕는 ‘나눔 바자회’를 가진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허재영 교장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충주예성초등학교(교장 허재영)는 충주시 교현동에 위치한 13학급 규모의 작은 학교이다. 2015년 행복씨앗학교 준비교를 시작으로, 2016년부터 행복씨앗학교로 지정돼 올해 4년째 운영 중이다.

1946년 9월 16일 충주사범학교 부속국민학교로 개교해 현재까지 1만4663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올해는 169명의 학생과 30여 명의 교직원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즐거운 배움과 창의적인 교육

학년별 교육과정 특색활동을 계획해 운영하고 있다.

6학년의 경우 ‘자주로 꽃피우기’, ‘생명 마주하기’, ‘가슴 뛰는 꿈을 찾아가는 여행’이라는 큰 주제를 학년 특색으로 해 스스로 만드는 학급규칙, 주제중심 교육과정과 연계한 체험학습, 스스로 정리하는 복습공책 등의 활동을 통해 자기주도적인 역량을 키운다.

곤충 기르기와 텃밭 가꾸기, 생명 합동화 그리기, 명랑운동회, 환경기초시설답사 등을 통해 나를 포함한 모든 생명의 소중함과 감수성을 배우고 환경을 위한 실천에 함께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소녀상이 울어요’ 프로젝트 수업의 마무리 활동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돕는 ‘나눔 바자회’를 6학년 어린이들이 스스로 기획해 생긴 수익금 53만원을 나눔의 집에 전달했다.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자치활동

올해 3월 교사·학생들에게 어린이 자치회의 새로운 이름을 공모해 ‘예성의 빛’을 뜻하는 ‘예빛’으로 탄생했다.

특히 ‘예빛’ 만의 공간인 ‘예빛자리’(학생자치회실)를 마련, 학생 스스로 매월 행사를 계획하고 실천하는 모습에서 자율성과 자발성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잘 보여 진다.

4월에는 4~6학년이 1~3학년 동생들과 더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직접 제안해 ‘저학년과 고학년이 함께 하는 수업’을 운영했다.

교사들이 주도하는 수업이 아니라 고학년들이 계획하고 준비한 수업으로 진행돼 전교생이 서로 얼굴과 이름을 익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5월에는 스승의 날을 기념해 ‘선생님 퀴즈대회’ 행사를 열어 학생과 교사의 사이를 더 친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이 모든 행사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던 힘은 몇 년째 매월 진행되고 있는 ‘전교생 다모임’에서 나온다.

한 달에 한 번, 예성관에 전교생이 모여 학교나 친구들에게 바라는 것을 누구나 어떤 이야기든 할 수 있고, 건의사항은 교사들이 바로 해결해주거나 함께 지켜야할 규칙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스스로 만든 규칙들은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잘 지켜졌다.

어른들이 만들어 준 ‘자율성’의 마당에서 아이들이 ‘자발성’의 꽃을 마음껏 피우는 ‘예빛’들의 활동은 매월 새로운 일들을 신나게 만들어 가고 있다.



●꿈과 끼가 자연스럽게 발휘되는 다양한 행사

행복씨앗학교가 시작될 무렵 어린이들의 건강한 놀이문화 조성을 위해 학교 곳곳에 ‘놀잇길’을 만들었다. 교사들의 제안으로 시작했으나 학부모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학교의 운동장 옆 구석구석에 예쁘고 신나는 그림들이 완성됐다. 완성된 후에는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즐겁게 놀았고 그 이후에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밖에서 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교사와 학부모가 공동 작업으로 이뤄낸 것에 대해 공동체 의식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

매월 전교생 다모임이 시작되기 전에 ‘전교생 장기자랑’이 펼쳐진다.

2년 전 교사들이 학급에서 준비했던 연주나 노래로 작은 음악회를 시작했으나 점점 아이들의 자발성이 발휘돼 스스로 준비한 공연들이 늘어 지금은 아침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아이들이 다양한 장기를 펼친다.

이 행사는 학년말에 ‘학급잔치’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교사가 선택한 한 가지 종목을 학급 모든 아이들이 짧고 화려하게 보여주는 기존 학예회와는 달리 학급에서 한 명 한 명이 각자 원하는 소박한 공연들이 펼쳐지는 교실에 각 반 학부모들을 초대한다.

마술, 동시낭독, 줄넘기,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 낭독, 멜로디언 연주 그리고 다문화 친구의 베트남 노래 등등 작은 공연들이 1~2시간 동안 이어지는 동안 학부모는 자녀와 반 친구들을 사랑스럽게 지켜보게 되며, 아이들 또한 자신들이 온전히 주인공이 되는 교실에서 그 따뜻한 눈길을 마음껏 즐기게 된다.

허재영 교장은 “아이들에게는 꿈을, 학부모에게는 감동을, 교사에게는 보람을 주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공동체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행복씨앗학교 4년차의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3학급의 작은 학교이지만 그 장점을 살려 가족 같은 따듯한 공간에서 아이들이 좋은 어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존중받으며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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