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미 옥천교육도서관장

백경미 옥천도서관장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어릴 적 축제에 대한 나의 기억은 오색 깃발 하늘 높이 춤추고, 한들거리는 코스모스에 부러운 시선을 빼앗기며, 북적이는 많은 사람들로 인한 활기찬 분위기에 한껏 떠오른 설레임이 있었다.

따뜻한 가을 햇살 아래 학교와 교육도서관, 동네서점, 출판사 등이 어우러져 펼쳐진 책의 큰 향연인 충북교육도서관 인문독서페스티벌이 그러했다. 지난달 27~28일 이틀에 걸쳐 충북교육도서관에서 열린 인문독서축제는 청명한 하늘을 오선지 삼아 울려 펴진 우리 가락 ‘소리마루’의 고운 선율로 그 서막을 열었다.

‘즐기자, 책과 함께’라는 주제와 함께 4개의 큰 테마인 작가와 함께하는 북토론, 그림 속 책세상, 오감만족 인문독서 체험관, 인문학 콘서트 등이 진행되었다.

웹툰계의 마동석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우람한 풍채의 마인드c가 북토론의 작가로 초청되어 웹툰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줬다.

북토론의 또 한 사람인 ‘페인트’작가 이희영은 청소년들이 부모 면접을 통해 부모를 간택할 수 있는 미래 시대의 도발적인 상상력으로 토론장에 참여한 학부모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만약 우리 아이들에게 선택권이 허락된다면 선택 기준을 가볍게 넘을 수 있는 부모자격이 내게 있었는지 성찰과 반성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충북교육도서관 복도를 쭉 따라 펼쳐진 그림 속 책 세상에서는 문의초 아이들의 손끝에서 피어난 생태미술작품들이 걸려있어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예쁜 자연과 잘 어우러진 꽃잎 작품들은 마치 유명 갤러리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켜 보는 내내 따스한 감성과 행복감이 올라왔다.

올해엔 더욱 기발하고 풍성해진 독서체험으로 구성된 40여 개의 오감만족 인문독서 체험관은 색다른 각도로 책과 친해지는 기회를 열어줌과 동시에 책은 다양하게 소통하는 매체임을 확인하는 장이었다.

천하장사 임꺽정을 북캘리로 만나고, 너 참 예쁜 감자꽃 시인 권태응을 시화로 소환하여 맑은 동심을 일깨웠으며, 배려와 나눔으로 녹여낸 꽃동네의 이야기 독서대나 오장환 시인의 가죽 시집은 가족과 벗들이 함께하기 충분했다.

여성 독립투사 연미당을 마음속에 새기며 그려 넣은 태극무늬의 팔찌는 3.1 운동 100주년이면서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

물론 우리 도서관에서도 ‘지용텀블러, 참하 잊히리야’라는 제목으로 체험관을 운영했는데 옥천 출신의 정지용 시인의 떠오르는 시상을 글이나 그림으로 맘껏 표현하여 세상 오직 하나뿐인 텀블러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텀블러 처음과 끝으로 회돌아 나가고, 정겨운 얼룩 백이 황소의 게으른 울음을 그려내며 참하 잊을 수 없는 가족 독서문화 추억을 선사함은 물론 1회용품을 줄여 지구 살리기에도 동참하는 독서체험이었다.

이밖에도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책 읽는 끝장독서나 그림책공연, 아이들의 맑은 샌드아트 공연 등의 인문학콘서트는 눈과 귀 머리 모두가 정화되는 경험이었다.

국화를 닮은 이 계절, 책과 함께 익어가는 특별한 여행을 올해 놓쳤다면 내년 이맘때를 기약해 보자. 즐거운 책과의 동행은 내년에도 계속되어 흠뻑 빠지고 천천히 곱씹고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 더욱 다채롭고 풍성해지리니. 내년에는 기필코 책을 통해 현실의 좁은 세계를 우주로 맞바꿀 무한한 가능성을 독서 가족들과 함께 발견해 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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