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희 취재부 차장 / 세종지역 담당

신서희 취재부 차장 / 세종지역 담당

[동양일보 신서희 기자]지난 15일 세종시 A 초등학교에 괴한이 침입해 6학년 재학생 한명을 흉기로 공격하고 달아나 수십여명의 경찰이 학교를 수색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학교측에서 보낸 사건 내용의 알림메시지를 받고 너무 놀랐지만 근무중이라 학교에 갈 수 없었던 한 학부모의 제보였다.

출동한 지구대와 해당학교, 세종시교육청 등에 사건 내용을 취재했다. A군의 상태가 가장 궁금했다. 다행히 팔에 가벼운 상처가 났을 뿐 119가 출동할 정도로 위급한 상태는 아니었다. 경찰에 신고 된 것은 팩트였기에 기사를 작성한 뒤 해당학교로 달려갔다.

혹시나 범인이 잡히는 것 까지 단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도 났다. 14년전 사스마와리 돌던 새내기 기자시절 처럼 뜨거웠다. 학교 도착 후 1시간여가 지났을까. 뜨거운 열정은 민망해져 가고 있었다.

경찰차가 1~2대씩 빠져 나갔고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들을 배웅하는 학교측 관계자들이 미소를 띤 눈인사를 하는 등 여유도 느껴졌다.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초등학생 피습사건이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란 의심은 경찰의 "학교 내.외부를 확인하고 CCTV를 모두 살펴봤지만 외부인 침입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 짧은 브리핑을 통해 확실해졌다.

현장에 출동했던 한 경찰은 아이의 상처를 보고 '촉'이 왔다고 했다. 공격흔과 자해흔, 방어흔 등에 따라 범죄상황을 추측할 수 있는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해당학교에 베테랑 형사급은 아니어도 '여자의 육감.부모의 직감.교사의 경험'을 믹스매치한 교사가 세심하게 사건에 접근했으면 어땠을까.

20여명이 넘는 경찰 출동으로 인한 치안공백.경찰력 낭비, 지방.중앙 언론사의 수많은 기자들 취재력 낭비,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들의 행정력 낭비와 함께 모든 학부모들 가슴이 철렁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세종시에는 '대범한 거짓말 하는 학생', '무조건 거짓말도 믿는 교사'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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