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본격적인 ‘예산철’이 돌아왔다. 며칠전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당부하는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국회도 바빠지게 됐다.

우선 내년도 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을 보면 513조5천억원으로 편성됐다. 작년보다 44조원 가량 늘어난 액수다.

해마다 예산안이 나오면 ‘슈퍼예산’이라고 한다. 그만큼 많이 늘어나기 때문이고, 사용처도 다양해서다.

문제는 예산을 심사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회가 법정시한을 어기면서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일이 일상화 돼 있는가 하면, 의원들간 짬짜미 예산편성으로 수백억씩의 큰 돈을 지역구 챙기기용으로 나눠갖기를 한다는 점이다.

과거 툭하면 예산과 관계없는 정치적 사안을 예산안 처리와 연동하거나 밀실 주고받기로 '깜깜이 심사'를 관행처럼 되풀이해 왔던 사실을 상기해 보면 국민들은 해마다 이런 우려를 하는게 하나도 이상한게 아니다.

작년의 경우 예산 심사는 대충대충 마치면서도 자기네 월급 격인 세비를 올려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거기다 지역구 예산을 따내기 위해 의원들간 수백억씩의 예산을 나눠먹기 했다. 이른바 '쪽지 예산 품앗이'다.

평소 정쟁을 할때는 물어뜯고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이던 의원들이 이럴때는 일사불란, 일심동체의 일관성을 보여준다. 자신들의 이해가 걸린 예산 늘리기에는 죽이 척척 맞는 행태인 것이다. 내년에는 총선이 예정돼 있어 국회의원들의 예산 따내기 '잿밥 전쟁'이 벌써 우려된다.

지금 국제적으로는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가 가속되는 상황이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거기가 반도체 제조용 불화수소 수출금지로 시작한 일본의 악의적 경제보복이 여전한 상황이어서 경제현황은 결코 밝지 않다. 최근에 정부가 발표한 올해 경제 성장률이 2.0~2.1%에 그칠 것이라고 한 내용이 이를 대변한다.

문 대통령은 이 때문에 시정연설에서 저성장과 양극화, 일자리,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재정이 앞장서야 한다며 재정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경제가 살려면 가정과 기업의 금고에서 먼지만 쌓여 가는 현금이 시장으로 흘러나와 소비를 하고 설비투자도 해야 하는데 이같은 순기능적 소비가 증가하지 않는 현실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노인 일자리나 기초연금 예산 등을 크게 늘린 것을 문제 삼는다.

하지만 OECD 국가중 초고령화 속도나 노인빈곤율이 단연 최고 수준임을 감안해 볼 때 이를 퍼주기라고 비판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같은 여러 사정을 감안해 올해는 국회의원들이 성심을 다해 신속하게 예산심사를 마쳐 제때 처리해주기를 바란다.

특히 국회가 당리당략을 떠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예산안을 철저히 심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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