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협 ‘대입제도 개편 논의’·전교조 ‘방침 철회’ 촉구
대교협 설문조사…4년제 대학 절반이상 “30%미만 적정”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정부의 대학입시 정시 확대 방침에 학교 교육과정 파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김승환 전북교육감)와 대입제도개선연구단(단장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23일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비중 상향’에 대한 시정연설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교육현장과 함께하는 대입제도 개편 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학입시에서 정시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입시 불공정 문제가 불거진 데 따른 조치다.

당초 정시 확대에 부정적이던 교육부도 대통령 발언 직후 정시 비중 확대를 포함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달 중 발표할 방침이다.

교육감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 “교육부가 ‘학교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이유로 정시확대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해 놓고선 일부 대학에 대해 정시 비율을 확대하는 움직임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이 정착단계에 접어들면서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을 위한 교육현장의 노력이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때에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설득력이 없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협의회는 “학생부종합전형이 고교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에 기여해온 긍정적 측면을 배제한 채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학교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며 “학생부와 입시과정에 대한 공정성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은 11월 초 학교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고 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기반한 합리적 대입제도 개선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성명을 내 “정시 확대는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것이며 토론과 학생 참여 수업을 강조하는 현재 교육과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확대 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최근 대입 정시모집인원 비중에 대해 의견을 낸 전국 4년제 대학 중 53%가 ‘30% 미만이 적정하다’고 본다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에 따르면 대교협이 지난 8일~16일 회원 대학198개교에 보낸 설문조사지에 회신한 98개교 응답에서 ‘30% 이상~40% 미만’이 적정하다고 답한 대학이 35%(31곳)로 두 번째다.

하지만 정시 비중 50% 이상에 손을 들어준 대학은 한 곳도 없었고, 40% 이상이 적정하다고 답한 대학도 5곳뿐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정시 확대를 추진하기로 한 정부 방침과 배치되는 의견이어서 교육부와 대학이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서울·인천·경기) 대학과 지역대학으로 나눠보면 지역 대학에서 정시 비율을 낮게 잡기를 원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지역 대학의 경우 34곳이 ‘30% 미만’, 11곳이 ‘30% 이상~40% 미만’을 택했으나, 수도권 대학의 경우 20곳은 ‘30% 이상~40% 미만’, 13곳은 ‘30% 미만’을 원했다.

이번 조사는 전 의원이 지난 4일 교육부·대교협 등에 대한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정시 확대 여론에 대한 대학의 입장이 어떤지 대교협이 의견을 수렴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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