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한국은행은 24일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보다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국내외 경제여건으로 볼 때 성장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단도 마땅찮아 올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연간 2% 성장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연간 GDP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90년대 후반 이후 2차례 밖에 없었다. 1998년(-5.5%)과 2008년(0.8%)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아주 예외적이고 강력한 외부충격이 있었을 때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고 선진국의 저성장이 일반화됐다고는 하지만 우리 경제의 급속한 성장률 둔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한은의 성장률 발표가 속보치로 향후 잠정치에서 수정될 수도 있지만, 과거의 예로 볼 때 둘 사이의 오차는 크지 않다. 1분기와 2분기 잠정치는 오히려 속보치보다 0.1% 포인트 낮았다. 우리 경제의 분기 성장률은 1분기에 마이너스 0.3%로 출발해 2분기에는 1.0%로 반등했으나 3분기에 급락했다. 성장률이 2분기에 크게 오른 것은 재정의 조기 집행에 따른 정부 기여도 덕분이다. 하지만 재정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먼저 많이 쓰면 나중에 쓸 돈이 없어져 집행 능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2분기 성장률이 전문가 예상치(0.5∼0.6%)를 밑돈 것도 성장의 정부 기여도가 2분기의 1.2% 포인트에서 0.2% 포인트로 낮아진 탓이 가장 크다. 민간의 성장 기여도가 2분기 마이너스 0.2% 포인트에서 3분기 0.2% 포인트로 플러스 전환한 것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다만, 재정지출 감소의 빈자리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경제성장률은 한 나라 경제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지표다. 소비와 투자, 수출이 경제성장의 핵심 구성요소다.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경제활동의 핵심 요소들이 활기를 잃고 부진하다는 의미다.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면 일자리 창출 능력도 줄고 이는 결국 소비와 투자 부진으로 이어져 저성장 악순환의 함정에 빠져들 수 있다. 이런 함정에 빠지기 전에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려는 모든 경제주체의 처절한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올해 연간 성장률 2% 달성은 현재로서는 누가 봐도 어려워 보인다. 4분기 성장률이 1.0% 안팎이라야 기대할 수 있는데 이는 잠재성장 속도를 웃돌아야 가능한 수치다. 성장률 둔화도 문제지만 둔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정부는 올해 7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2.4∼2.5%로 전망했지만, 지금은 남의 얘기가 됐다. 세계 주요 전망기관들이 가장 최근에 내놓은 우리 경제 성장 전망치는 이미 1.9%로 떨어졌다. 갈수록 전망치가 낮아져 왔다는 것을 돌아보면 이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긴급 경제장관회의에서 '투자'라는 단어를 10번씩이나 언급하고, 여권에서 금기시해왔던 '건설투자'의 역할을 강조한 것도 그만큼 현재의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정부 경제팀은 보다 처절한 위기의식 아래서 재정 여력을 총동원하고 민간투자와 수출을 촉진하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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