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전 대전 중구의회 앞에서 중구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구의회에 "재정안정화기금 조례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라"며 집회를 하고 있다. 정래수 기자

[동양일보 정래수 기자]대전 중구와 구의회가 주요 시책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민선 7기 이후 3선의 박용갑 구청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현안이 의회에서 번번이 제동이 걸리는 등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8대 중구의회 출범 이후 ‘독립운동가거리 홍보관 조성사업’ 등 두 기관이 주요 현안 추진에 있어 목소리를 달리 한 사안은 수두룩하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 세입이 증가했을 때 일부를 적립하는 재정안정화기금을 놓고 강하게 부딪치고 있다. 중구의 경우 현재 90억 9000만원의 기금이 적립돼 있다.

지난 25일 오전 대전 중구의회 앞에서는 중구 주민자치협의회를 비롯한 중구민 300여명이 재정안정화기금 조례안을 재의결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전국 73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할 때 등 필요에 따라 재정안정화기금을 사용할 수 있게 해 놨다"며 "구민 뜻에 따라 재정안정화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조례를 재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재정안정화기금을 사용할 길이 사실상 막히면서 노후한 동 행정복지센터 재건축 등 현안 사업 추진 동력을 잃게 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중구의회는 지난 221회 임시회에서 재정안정화기금 용도에서 '대규모 사업 실시가 필요할 때'라는 문구를 삭제했고, 이날 오전 222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재정안정화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일부 개정안'을 다시 통과시켰다. 찬성 8표, 반대 3표다.

이날 표결은 중구가 "재정안정화기금을 현안 사업을 추진하는 데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며 개정안에 대한 재의결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었다.

사실 재정안정화기금은 자치단체가 재정이 어려울 때를 대비해 세입의 일부를 적립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지난 2016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지방재정법을 개정해 제도화 했다. 세입 증가 때 일부를 기금으로 적립했다가 세입이 감소하거나 지방채 상환, 지역경제의 심각한 침체 등을 겪을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저축 제도다.

그런데 구의회는 221회 임시회에서 "기금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안선영(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재정안정화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켜 기금의 용도 조항 중 ‘대규모 사업 실시가 필요할 때’라는 문구를 삭제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결정이 박 구청장 '발목잡기' 내지는 '딴지걸기'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으나, 구의회는 "절대 그렇지 않다, 신중한 사업 추진을 위한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당장 중구는 재정 여건상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려면 재정안정화기금을 꼭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구는 지난 4월 석교동, 오류동, 태평1동, 태평2동 등 행정복지센터 4곳을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재건축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석교동과 오류동 행정복지센터는 신축 부지까지 매입한 상태다. 태평1동과 태평2동은 청사 안전등급이 각각 C, D등급이어서 신축이 시급하다.

중구 관계자는 "구 재정여건이 어렵다 보니 행정복지센터 1곳도 짓기 어려웠지만, 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하면 행정복지센터 4곳을 지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 기금을 사용하지 못하면 예산 마련에 어려움이 생겨 행정복지센터 건립 추진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래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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