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복역 윤씨 자립 도운 나호견 뷰티플라이프 이사장

화성 연쇄살인 8차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을 복역한 윤모(52)씨가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참고인 조사를 위해 들어가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나호견 뷰티플라이프 교화복지회 이사장.
나호견 뷰티플라이프 교화복지회 이사장이 27일 화성 8차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복역한 윤모(52)씨와 함께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출소 후 10년 꼬박꼬박 저축…시설 사상 최고 ‘모범생’”

-“이춘재 자백 천운…재심으로 누명 벗고 명예 되 찾길”



“출소 후 10년 넘게 지켜봤습니다. 한결같이 성실히 직장생활을 하고 저축을 하더라고요. 윤씨가 화성(8차)사건 범인이 아니라고 확신하게 됐어요.”

나호견(여·69) 뷰티플라이프 교화복지회 이사장은 27일 화성 8차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0년을 복역한 윤모(52)씨와 함께 취재진 앞에 선 자리에서 “10년을 지켜보니 이 사람은 살인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했다”고 강조했다.

나 이사장은 수녀를 그만두고 2005년부터 청주에 출소자 지원 복지시설 뷰티플라이프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2007년 교정위원으로 청주교도소에서 처음 윤씨를 만났고, 2009년 윤씨의 가석방을 도왔다.

윤씨는 2009년 8월 가석방된 후 복지시설에서 3년간 생활했다. 이 시설에는 출소자 16명이 생활하며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출소자 지원시설에서 생활하려면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일정한 직업을 갖고 매달 100만원을 저축해야 하며 음주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 이사장은 “그동안 많은 출소자를 봐왔지만, 윤씨 같은 사람은 정말 유일했다”며 “타락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는 흐트러짐 없이 일했고, 규칙을 어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처음 윤씨를 만났을 땐 그의 결백 주장에 반신반의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10년을 지켜보니 성범죄나 살인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이 시설에서 저축한 돈으로 독립해 방을 얻어 살고 있다. 현재 직장에서 8년째 일하고 있는 그는 지금도 매달 일정 금액을 저축하고 복지시설에도 일정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재심까지 갈 길이 멀고, 결과도 장담할 수 없으나 나 이사장은 윤씨가 누명을 벗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나 이사장은 “윤씨는 청주 출소자 지원시설 역사상 최고의 ‘모범생’으로 꼽힌다”며 “억울한 옥살이 이후에도 사회를 원망하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온 윤씨에게 누명을 벗을 기회가 온 것은 정말 하늘이 도운 것”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날 함께 한 윤씨도 “억울함을 풀고 싶다”며 재심에 대한 강한 의지를 거듭 내비쳤다.

화성 8차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신의 집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성폭행당한 뒤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윤씨는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돼 무기징역 확정판결을 받았다. 윤씨는 당시 1심까지 범행을 인정하다 2,3심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 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씨는 20년간 복역 후 2009년 가석방됐다. 최근 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가 8차사건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시인하면서 윤씨는 현재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재심을 준비하고 있다.

윤씨는 경기남부경찰청에서 26일 오후 1시 30분부터 이튿날 새벽 0시 32분까지 11시간동안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윤씨는 조사를 마치고 나오며 “보상문제가 아니다. 사람은 잃어버린 인생을 다시 찾을 수 없다. 20년은 짧은 세월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날 경찰에 출석하면서는 “이춘재가 자백을 하지 않았으면 재조사도 없고 내 사건이 묻혔을 것”이라며 “(당시 수사관) 그분들이 양심이 있다면 당당히 나와 사과했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도근 기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