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 영동교육지원청 중등교육팀장(장학사)

김은주 영동교육지원청 중등교육팀장

[동양일보]몇 년 전으로 기억된다. 수업 시간에 어떤 주제였는지 모르지만, 행복했던 순간들에 대해서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예전에 라디오에서 들었던 행복의 순간을 언급하면서 말이다.

그것은 청취자가 아침에 일어나기 전 이불 속에서 발을 꼼지락거리고 있는 순간이라고 했고, 참 그 행복이 뭔지 알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 말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작지만 소중한 행복의 순간을 이야기했는데 그 대답이 참 다양했다.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들을 때, 공부를 별로 안 했는데, 운 좋게 성적이 잘 나왔을 때, 친구랑 맛있는 떡볶이를 먹을 때, 꼭 갖고 싶은 물건을 가지게 될 때, 친구와 놀러갈 때,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수학 문제를 풀었을 때 등등이었다.

한 아이가 “선생님은 어떤 순간에 행복하세요”라고 물었고, “맛있는 커피 마시며 조용히 책보고 있을 때…”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수업 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는 기회가 되기도 했지만, 참 각자가 느끼는 행복의 순간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큰 것이 아닌 작은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마 이런 느낌들을 공유하고 있어서일까? 그래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말이 유행하는지 모르겠다.

최근에 다른 분들과 자신만의 소·확·행에 대해서 이야기 하다가 요즈음에는 ‘걷기’에서 그것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일상에서 사람들과 긍정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누군가와 도움을 주고받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정을 나누는 것도 좋지만, ‘걷기’의 매력에 빠져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몇 달 전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책을 읽었는데, 배우 하정우가 걷기를 즐기는 것을 알고 참 반가웠다. 그리고 책을 통해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배우 ‘하정우’만큼 많이 걷지도 못하고 그렇게까지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걷기의 장점에 동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걷기의 장점으로 운동할 시간이 많지 않을 때 일상생활 속에서 몸을 움직일 수 있어 좋고, 머릿속이 복잡할 때 음악을 들으며 한발 한발 내딛는 가운데 생각이 정리된다는 점, 지금 나에게 온전하게 집중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지인들과 산을 오를 때는 일상에서 말할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하정우가 말한 것처럼 걷기의 매력 중 하나는 날씨와 계절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동네나 평소에 알고 있는 장소를 걸어가다 보면 차를 탈 때 보지 못했던 주변의 공간들을 볼 수 있고, 구석구석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또한 지금처럼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아침과 저녁에 느끼는 바람의 차이, 그리고 낮에 내리쬐는 햇볕의 정도가 참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고, 주변 자연의 미세한 변화도 볼 수 있다, 그것은 어느 영화의 장면에서 보거나 책 속에서 읽을 수 있는 것과는 분명 다른 것이다.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은 각기 다르지만 매우 소중하고 삶의 활력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각자 자신만의 작은 행복을 생각해 보고 이 가을에 한번 그것에 몰입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식사 후에 직장 동료들과 가족들과 각자의 소소한 행복은 무엇인지 서로 이야기 나누고 경청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고 주변 사람들의 새로운 면도 알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