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동양일보]부부간의 사랑을 비유하는 말에 비익연리(比翼連理)라는 말이 있다. 비익조(比翼鳥)라는 새와 연리지(連理枝)라는 나무를 합친 말이다.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영원히 헤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비익조(比翼鳥)에서 비(比)는 나란하다는 뜻이다. 익(翼)은 날개이다. 전설 속의 새 비익조(比翼鳥)는 눈도 하나요, 날개도 하나뿐이다. 그래서 암수 한 쌍이 한데 합쳐야만 제대로 볼 수 있고 날 수도 있다. 또 연리지(連理枝)의 리(理)는 결이라는 뜻이다. 서로 뿌리가 다른 나무가 허공에서 만나 한 가지로 합쳐진 나무이다. 비익조는 상상의 새이지만 이와 같은 비목어(比目魚)라는 물고기와 연리지는 실제로 볼 수 있다. 나무 둘이 맞닿아서 숨결이 서로 통하는 연리지는 화목하고 다정한 부부애를 빗댄다. 이 말은 남녀 간의 완전한 사랑 뿐 아니라 영원히 함께 하고픈 사람의 바람을 뜻하는 단어가 되었다. 그런데 이 비목어가 바로 우리가 흔히 회로 먹는 광어 무리들이다. 이것들은 하나같이 몸이 상하로 납작하며, 한 쪽으로 두 눈이 다 몰려버린 외눈박이들이다. 아무튼 한 쪽에 두 눈이 쏠려버렸으니 하나나 다름없어 비목어라 불린다. 비익조라는 새는 암컷수컷 모두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라 짝을 짓지 않으면 날지 못한다. 그러나 비목어는 지느러미 반쪽이 날아가지도 않았고, 한 눈으로라도 여기저기 다닐 수는 있지 않은가. 비익조는 너 없이는 나 못살고, 나 없이는 너 못 사는 그런 사랑이다. 하늘에선 원컨대 비익조가 되고요.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길 바래요. 멋 떨어진 사랑의 시다! 평생을 두 마리가 붙어 다녀야만 하는 비목어를 닮고 싶다는 애절함이 스며있기에 말이다. 때문에 서로 없인 못 사는 가련하기 짝이 없는 비목어를 찰떡금실에 빗댄다. 비목어의 애틋한 사랑을 노래한 류시화시인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란 시가 있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녀야만 하는 물고기를 닮고 싶다는 한 시인의 애절한 영혼이 스며있는 멋들어진 사랑의 시다. 아무튼 두 눈이 한 방면으로 덜컥 쏠려버렸으니 한쪽 눈이 먼 애꾸눈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위쪽은 바다 밑바닥보호색을 띠고, 해가 들지 않는 아랫바닥 쪽은 흰색에 가깝다. 아닌 게 아니라 좌우상하가 이렇게 다른 물고기는 매우 드물다. 아무튼 비목어, 비익조, 연리지는 하나같이 애절하고 고결한 사랑을 상징한다. 모름지기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함께 어우러져 오롯이 아끼면서 지내라는 의미이다. ‘까마귀는 뭇새가 검다고 믿고, 백로는 희지 않은 새를 의아해 하네.’ 연암 박지원의 시다. 검은 까마귀와 하얀 백로가 서로 옳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될까. 연암은 흑백이 맞서서 우기면 하늘도 난처하다면서 ‘사람에겐 두 눈 있지만, 한쪽 눈 없어도 또한 본다네. 하필 두 눈 있어야 밝게 보일까. 외눈박이만 사는 나라도 있는데’라고 읊는다. 까마귀와 백로 모두 눈이 두 개지만, 저만 옳은 줄로 아는 한 외눈박이만도 못한 게 아닐까. 외눈박이 나라에서는 양눈을 가진 이가 비정상으로 비쳐진다. 한 나그네가 외눈박이 나라에 들렀다가 스스로 한쪽 눈을 찔러 외눈박이가 되었다는 우화는 무엇이 정상인지를 모르는 사람의 비극이다. 도처에 나와는 정 반대로 생각하고 사는 이들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지만 그들을 적대시하고 앙갚음만 하고 살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그들은 항상 적이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때로는 내편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그들을 용서하고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 그게 사회생활을 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게 인간의 숙명이 아닐까. 요즈음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외눈박이 나라처럼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국민은 결코 좌나 우편향 외눈박이가 아니다. 정치도, 경제도 행복도, 국방도 안보도 이제 그 축이 송두리째 외눈박이로만 갈라지고 있다. 모름지기 균형 잡힌 혜안으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한쪽 눈으로 희미하게 보는 것 보다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한쪽 귀로 편향적으로 듣는 것보다는 두 귀로 공평하게 들으며, 한족 팔과 손으로 애쓰며 일을 하는 것보다는 두 팔과 두 손으로 수월하게 일을하고, 한쪽 다리로 절면서 불편하게 걷는 것 보다는 두 다리로 균형을 유지하며 편안하게 걸어가면서 아름다운 이 세상을 모두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