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욱 전 청주시 흥덕구청장

허원욱 전 청주시 흥덕구청장

[동양일보]장애인과 노약자는 우리나라 설악산을 비롯하여 북한산, 속리산, 지리산 등의 정상에 평생 오를 수 없는 것인가? 얼마 전 강원도 양양군의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건설계획이 무산위기에 처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문득 이러한 의문이 들었다. 자연생태계 보존을 명분으로 계속 장애인과 노약자들의 관광권과 관광산업 활성화는 계속 무시되고 환경권만 강화해 나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좀 더 면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도 속리산 문장대를 5번 다녀왔고 앞으로도 한두 번 더 가볼 계획이지만 장차 70대, 80대에도 걸어서 올라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그 나이에 걸어서 갈 수 없다면 친한 벗들과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일망무제로 확 트인 멋진 경관을 조망해 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관광적자가 연간 14조에 달한다고 하는데, 관광편의시설 확충을 계속 억제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좀 더 철저한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가 외국관광을 다니면서 많이 느끼는 것은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지는 드넓은 평야와 초원, 잘 정돈된 낮은 구릉지대와 그림 같은 언덕위의 전원주택,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얼룩배기 소를 바라보면서 많은 부러움을 느끼곤 한다. 그리고 또 다른 모습은 절벽 위의 벼랑과 야산에도 난개발이 이루어지고, 깊고 푸른 강엔 수많은 크루즈관광선이 왕래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절경을 자랑하는 심산유곡과 높은 산꼭대기까지 비교적 넓은 등산로가 개발되고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이 들어서고, 심지어는 엘리베이터까지 각종 관광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모습들이 꼭 보기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관광편의시설의 낙후성과 엄청난 관광적자에 비추어 충분한 비교검토를 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일제의 한반도 강제점령과 6.25 동란 이후 모든 산림이 철저히 파괴돼 헐벗은 민둥산의 모습 그대로였으나, 이젠 UN에서도 우리나라를 산림녹화 성공국가로 분류할 만큼 정부와 온 국민의 노력으로 전국 어디든 산엔 숲이 울창하고 각종 동∙식물이 서식하는 등 엄청난 환경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울창한 산림은 맑고 깨끗한 공기를 공급함은 물론 아름답고 멋진 경관을 우리에게 선물로 돌려주고 있다. 벌건 민둥산엔 없던 동∙식물도 생겨나고, 사계절 꽃이 피고 지는 금수강산으로 환골탈태해 가는 모습은 실로 멋지고 아름답다. 또한 IT, BT 첨단산업의 강국으로서 우수성과 뛰어난 민족문화, 잘 갖추어진 도로교통망,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멋진 풍광은 외국인들에겐 매우 이색적인 매력을 느끼게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금년도 세계 각국의 관광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를 140개 대상국 중 16위로 평가한 바 있다. 이는 정부와 국민의 꾸준한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지만 최근 세계문화를 선도하는 한류의 영향이 매우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아직은 우리나라의 관광적자가 다소 큰 편이지만 연간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이 1500만 명을 상회하며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 있고, 적자폭이 점차 줄어드는 현상은 실로 고무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국민이 좀 더 심혈을 기울여 노력한다면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관광대국으로 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 우리는 선진외국의 발전되고 이색적인 과거문화에 감동하지만 21C 현대문화는 IT, BT, 건설산업 등의 발전과 한류에서 보듯 우리가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관광의 문제는 편의시설이 너무 빈약하다.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편리한 도로망과 숙박시설은 잘 갖추어졌다고 볼 수 있으나. 산자수려하고 유명한 산의 정상을 오르는 편의시설은 매우 미흡하다. 전문산악인이 아니라면 오르기 힘든 전국의 명산을 일생동안 과연 몇 명이나 오를 수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짧은 기간에 관광을 마쳐야 하는 외국인이라면 극소수의 사람만이 등산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희망찬 미래는 장애인과 노약자는 물론 등산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산 정상에 올라 멋지고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관람할 수 있도록 관광권이 확보돼야 한다. 21C 관광산업은 굴뚝 없는 공장으로 일컬어질 만큼 경제적 가치가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내국인과 외국인, 장애인과 노약자들을 위한 관광편의시설은 자연보존을 고려하되 최대한 확충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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