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미국 보잉사의 항공기에서 동체 균열이 확인된 데다 국내 항공사들의 갖가지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하늘길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잉사는 지난 24일까지 자사 항공기 737 NG 계열 기종 1133대를 점검한 결과 53대에서 동체 균열이 발견돼 운항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국내 항공사에서 자동조종장치가 고장 나 하늘 위에서 승객들이 공포에 떠는 등 항공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정부의 안전 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토교통부가 30일 서둘러 국내 9개 항공사의 경영진과 운항·정비본부장 등을 소집해 안전점검 회의를 연 것도 이 때문이다.

보잉 항공기의 동체 균열은 안전 문제뿐 아니라 항공사 경영 측면에서도 심각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보잉737 NG 기종 150대 가운데 이착륙 3만회 이상인 42대를 긴급 점검한 결과 9대에서 동체 균열이 확인돼 운항이 중단됐다. 같은 기종 가운데 2만2600회 이상 비행한 22대에 대해서도 내달 말까지 점검할 계획이어서 운항이 중단되는 항공기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보잉737 NG 기종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자 항공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일본 노선 축소 등으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저가 항공사에는 직격탄이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 각각 보유 중인 항공기 45대, 26대가 모두 보잉737 NG 계열이다. 이밖에 대한항공(31대), 진에어(22대), 이스타항공(21대)도 같은 기종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보잉은 결함 부위의 부품 전체를 새 것으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2~3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운항이 중단된 항공기가 비행을 재개하기까지는 2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여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항공기 안전사고도 '하늘길 공포'를 키우고 있다. 지난 25일 제주항공 여객기가 김해에서 김포로 가던 중 기체 이상으로 긴급 회항했다. 탑승객 180여명은 "비상 탈출 대비" 기내방송이 나오자 40분 이상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날 대한항공 항공기는 연료밸브 고장으로 출발이 지연됐으며 다음 날에는 티웨이의 항공기가 타이어 손상으로 이륙을 중단했다. 앞서 18일에는 아시아나 항공기가 엔진 시운전 중 불이 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내달 1일부터 항공사에 안전감독관을 투입해 안전점검을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사항은 즉시 개선하도록 할 모양이다. 그러나 이 정도 조치로는 국민 불안감을 잠재우기 어려워 보인다. 안전에 대한 시스템 차원의 문제점이 있는지 깊숙이 들여다봐야 한다. 항공사별 실태를 국민에게 소상하게 밝히는 것도 검토해봐야 한다. 동체 균열이 발생한 보잉사 항공기의 신속한 부품 교체로 경영 악화를 최소화해야 할 책임도 국토교통부에 있다. 자그마한 안전 부주의나 항공기의 작은 결함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게 항공기 사고의 속성이다. "이번 한 번 쯤이야"하는 안일한 생각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항공사는 승객의 안전에 최우선을 다해야 하고, 관계 당국은 더 철저하게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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