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란 청주시 흥덕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김재란 청주시 흥덕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동양일보]“감사합니다. 환경위생과 김재란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매일 아침 출근 이후에는 세 살배기 아들 얼굴을 생각할 틈도 없이 민원인 전화를 응대한다. 그러면서 다른 업무 처리까지 해야 한다. 전화로 다급히 문의하는 민원인의 요구 사항에 맞춰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하던 업무도 흐름이 끊어지기 일쑤다. 그럴 때면 어쩔 수 없이 민원인들에게 친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마음속으로는 더 친절한 공무원이 돼야 하는데, 후회하곤 한다.

신규 직원일 때 선배 주무관이 “공무원은 서비스직이다”라고 한 게 기억이 난다. 생활의 불편이 있는 시민들의 불편한 부분들을 각 과 또는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처리하는데 간혹 민원사항을 처리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우리 부서는 환경부서여서 각종 소음 관련한 민원사항은 모두 이곳으로 들어온다. 예를 들어 실외기 소리, 이륜자동차 소리 심지어 매미 소리, 각종 새소리를 소음으로 느끼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공장이 들어선다거나 도로가 생기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생활의 불편사항이 ‘환경’이라는 이유로 우리 부서로 온다. 대부분 이해관계로 인한 민원사항이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 민원을 넣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이러한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업무시간이 부족할 지경이어서 진정 환경으로 불편한 민원사항에 대해 더 집중적으로 알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면 업무를 하면서 민원에 치여 제대로 업무를 보기 어렵고 불친절해지기 십상이다.

업무를 하면서 친절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전화를 할 때부터 욕을 하는 민원인이 있기도 하며 순차적으로 들어온 민원부터 처리하고 사업장에 출장해 보겠다는 직원의 말에 당장 나오라며 고함을 지르는 민원인까지 있기도 하며 전화를 하면서부터 바쁘신데 죄송하다며 양해를 구하는 민원인까지, 감정적 노동이 심한 직업이 우리 직업이라는 것을 업무처리를 하면서 느끼고 있다. 이러한 사항에 대해서는 공무원들의 민원처리를 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에 대한 보호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욕을 하는 민원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늘 친절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자세임을 숙지하면서 업무에 임하고자 한다.

역지사지로 내가 민원인이 됐을 때 불편사항을 국가에서 해결해주지 못한다면 억울한 입장일 것을 늘 마음에 새기면서 민원인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부족한 부분을 미리 해결해주는 자세로 업무에 임하고자 한다. 물론 업무에 치이고 감정에 휘둘리기도 한다. 하지만 늘 민원인의 입장에서 진정한 친절이 무엇인지 숙지하고 업무를 해나간다면 지금보다 더 정부에 신뢰하고 민원사항 해결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