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선 청주시흥덕구주민복지과 주무관

임지선 청주시흥덕구주민복지과 주무관

[동양일보]살면서 ‘평범하다’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는가? 한 번쯤 들어본 기억이 있다면 기분이 어땠는지 기억하는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평범하다’라는 단어가 어린 시절 내게는 최소한 긍정적인 기억의 단어는 아니었던 것 같다.

평범(平凡)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예사로움’이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내게 평범이라는 단어는, 어디서나 눈에 띄는 똑똑한 아이 또는 모든 면에서 특출난 아이를 일컫는 단어의 반대말로 느껴졌던 것 같다. 평범한 아이란 특성이 없는, 어떻게 보면 약간은 부정적인 느낌의 단어라고나 할까?

그래서 딱히 특출날 것 없이 평범하게 조용히 인생을 살아온 나에게 평범이라는 단어는 “넌 그냥 그저 그렇고 그런 인생을 살고 있어.”라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아 단어 자체가 싫었던 적이 있다.

어느덧 나는 40대 중반에 접어들고 있고 현재 무뚝뚝하면서도 자상한 한 남자의 아내로, 정말 하루하루 쉴 새 없이 떠드는 귀엽고 깜찍한 세 아이들의 엄마로 정신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또 공직생활에 발을 들여놓고 ‘정해진 시간에 매일 출근이나 잘할 수 있을까’ 걱정 아닌 걱정을 한지도 벌써 16년 8개월이 지나고 있다.

오늘도 난 어김없이 하루하루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으로서 주변 어려운 이들의 복지를 위해 때로는 늦은 귀가를 할 때도 있다. 가끔은 퇴근 무렵 찾아오는 노숙인의 안전한 귀가를 책임지기 위해 집에서 하염없이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을 뒷전으로 아동복지를 소홀히 해야만 할 때도 있다.

반복되는 삶에 가끔은 직장 동료들에게 투덜거릴 때도 있고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존재만으로도 힘이 돼주는 소중한 가족들에게 때아닌 화풀이를 할 때도 있다. 조금 힘에 부치는 날에는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책의 한 장면처럼 우렁 각시가 ‘짠’하고 나타나 깔끔하게 청소도 좀 해주고 퇴근 무렵 정성 가득한 저녁상도 맛있게 차려놓는 기분 좋은 상상도 해본다.

이보다 더 평범한 삶이 어디 있을까! 어린 시절 그렇게 평범하다는 단어가 “넌 정말 별로야.”로 느껴질 정도로 부정적인 단어로 싫어했던 단어 중의 하나인데, 막상 나이를 먹어가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된 지금 나에게 평범하다는 의미가 180도 달라져버렸다. 하루하루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그 누군가에게는 이루고 싶은 소중한 꿈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 100세 시대라고 한다. 그 긴 세월을 정말 평범하게 큰 기복 없이 살 수 있다는 것, 이보다 더 행복하고 멋진 일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덧 40대 중반이 돼버린 나는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평범한 삶이 주는 작지만 소중한 행복에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당신은 지금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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