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받기 위해 전국에서 네번째로 돈 많이 썼다

[동양일보 엄재천 기자]충북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돈 주고 상 받는’ 행태로 물의를 빚고 있다. 전국에서 네번째로 많은 돈을 주고 상을 받아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경실련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243곳을 대상으로 최근 5년간(2014년 1월~2019년 8월) 언론사와 민간단체가 시상하는 상의 수상여부와 상을 받기 위해 해당 언론사와 민간단체에 지출된 돈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문제는 다수의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자료를 축소 공개하거나 공개하지 않아 실제 금액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내 지방자치단체가 언론사와 민간단체의 상을 받기 위해 쓴 금액은 5억4000만원으로 전국에서 4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언론사 수상은 39건에 5억2000만원, 민간단체 수상은 12건에 2000만원을 쓴 것으로 분석됐다.

도내 지자체에서는 단양군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양군은 17건의 상을 받고 2억5500만원의 돈을 지출했다. 이어 충주시 1억4000만원(9건), 제천시 7건에 8500만원, 괴산 6건에 4300만원, 증평군 8건에 1600만원, 영동군 3건에 250만원, 보은군 1건에 200만원을 지출했다.

지난 5년간 충북도, 청주시, 음성군, 옥천군, 진천군은 지출한 돈이 없다고 답변했다.

옥천군은 다른 지자체와 같은 시기에 똑 같은 상을 받았지만 지출한 내용이 없다고 답변했고, 단양군과 보은군은 일부 비용만 공개했다.

가장 많은 세금을 상을 받기 위해 사용한 단양군은 6년 연속 ‘한국의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 대상’, 4년 연속 ‘소비자평가 국가대표브랜드 대상’, 5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을 언론사로부터 수상했다.

‘한국의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 대상’은 매년 홍보비 명목으로 1650만원씩, ‘소비자평가 국가대표브랜드 대상’은 매년 1452만원씩,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은 188만원씩 해당 언론기관에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7회 지방선거 당선자 선거 공보물을 확인한 결과, 조길형 충주시장, 류한우 단양군수, 정상혁 보은군수 등은 지자체장 선거 공보물에 언론사와 민간단체로부터 받은 수상 경력을 표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거 시기에 민간포상을 포함한 상훈 내역은 공약 못지않게 유권자가 후보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잣대다. 자칫 단체장 갸인이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지자체장은 선거로 선출된다”며 “이로 인해 지자체장 후보들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이른바 ‘스펙쌓기’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직 단체장이 재임기간 받은 상은 자신의 치적을 알리고 선거에 활용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지자체장은 개인의 치적을 쌓기 위해 지자체와 주민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상을 받고 세금을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단체장이 수상 결과를 선거에 활용하는 것을 고려할 때 개인 수상에 대한 비용을 세금으로 지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못 박았다.

관계자는 “지자체와 단체장의 노력과 성과를 제대로 평가받아 공신력 있는 언론사와 민간단체가 수여하는 상을 받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일부 언론사와 민간단체가 비슷비슷한 명칭과 특색없는 내용으로 상을 남발하고 광고비, 홍보비, 심사비 등의 명목으로 과도한 비용을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행정을 감시하고 올바른 정보와 국민에게 알 권리를 제공해야 할 언론이 상을 무기로 돈벌이에 혈안이 된다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경실련은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원이 모든 지자체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태점검을 진행해 줄 것을 촉구했다. 엄재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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