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1년 2번, 전과목 절대평가’ 대입안 제시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전국시·도교육감들이 정부의 정시 확대 움직임에 맞불을 놨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4일 경북 안동 그랜드호텔에서 69회 정기총회를 열고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치르게 될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1년에 두 번 치르고, 전과목을 절대평가하자’는 자체 대입안을 내놓았다.

이들은 “대입정책에 정치논리가 개입되지 않도록 정책연구에 교육부가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감협의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교사와 대학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을 꾸려 대입전형 구조 개편 방안을 모색해 왔다.

이날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이 완성한 '2차 연구보고서'의 발표가 주요 내용이었다.

시·도 교육감들은 정부의 정시확대 발표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승환(전북교육감) 교육감협의회장은 "지난달 22일 대통령의 시정연설, 25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정시확대 발언으로 대입을 둘러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대입 제도가 움직이는 시대는 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이제껏 정부가 내놓은 모든 교육정책은 2025학년도에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와 맥을 같이 하는 내용이었다"며 "갑작스럽게 정시 확대가 이뤄지면 그간 내놓은 정책들과 상치돼 학교 현장은 그야말로 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감협의회는 "교육감들은 어떤 정치적 이해, 사적 관계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아이들에게 무엇이 최상인지를 고민했고, 이를 보고서에 담았다"고 밝혔다.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이 이날 내놓은 보고서는 전국 고교교사 13만42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설문조사는 지난 8월 19일~9월 9일 진행됐다.

보고서에는 2028학년도 대입에서 수능을 국어·영어·수학·한국사·통합사회·통합과학 6개 과목으로 1년에 2회 치르자는 내용이 담겼다.

전과목 성적을 5단계 절대평가하자고도 제안했다. 현재 수능 시험은 1년에 한번이며 영어와 한국사만 절대평가고 나머지 과목은 상대평가다. 또 현재 수능은 대입 전형자료로 활용되는데, 2028학년도 수능은 대입의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자고도 했다.

아울러 대입정책에 정치논리가 개입되지 않도록 별도의 거버넌스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대입정책 거버넌스는 교육감협의회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중심으로 구성하고, 교육부는 행·재정 지원만 맡고 정책연구에 참여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대입제도연구단은 앞서 지난 2월 발표한 연구에서 이원화 된 수시·정시를 통합 운영하고, 수능을 고3 교육과정이 끝난 후 실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와 수능 자격고사화, 논술ㆍ서술식 수능 등 다양한 유형을 제시하고, 논란이 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해서도 평가의 정당성을 갖추는 방안, 선발 결과에 대한 자료 공개 방안 등도 내놓았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의 대입 특혜 논란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정시확대를 거론하고 교육부가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자 교육감들이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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