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벌금 80만원→항소심 “진단서만으로 단정 어려워”
5년 간 충청권 민원 6633건…분쟁 해결 대책마련 절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층간소음 문제로 이웃과 다투다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40대 부부가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재판부는 일부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진단서만으로 상해 행위를 인정하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이형걸 부장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상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A(45)씨와 그의 아내 B(42)씨에게 각각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청주의 한 아파트 11층에 살던 A씨 부부는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위층에 사는 C씨 부부와 다툼이 있었다. 이들은 2017년 9월 29일 밤 10시 20분께 아파트 앞 공원에서 만나 언쟁이 폭력사태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검찰은 이들 4명을 모두 폭처법상 공동상해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C씨 부부는 약식기소를 받아들였으나 A씨 부부는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A씨 부부는 “일부 유형력 행사가 있더라도 고의가 없거나 소극적인 저항행위로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1심은 “피해자의 진술과 상해진단서 등으로 볼 때 상해의 고의가 미필적이나마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이 사건으로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은 점 등으로 볼 때 상해진단서 만으로 피고인들이 상해를 입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목격자 진술 등에 미뤄 피해자의 상해 진술의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보는 등 A씨 부부의 주장을 일부 인정했다.

검찰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5년 간 충청권 민원 6633건

최근 5년간 전국의 층간소음 민원이 11만 건에 육박하는 등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하다.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이 한국환경공단에서 받은 ‘층간소음 민원 접수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0만6967건의 층간소음 민원이 접수됐다. 연도별로는 2015년 1만9278건, 2016년 1만9495건, 2017년 2만2849건, 2018년 2만8231건이며, 올해도 8월까지 1만7114건이다.

이 기간 충청권에서는 대전 2472건, 충남 2210건, 충북 1531건, 세종 420건 등의 층간소음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고질적인 층간소음은 말다툼과 보복성 소음, 폭력, 살인 등으로 번지고 있다. 청주에서는 2016년 20대 주부가 층간소음 갈등을 겪던 위층 주민에게 흉기를 휘둘러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층간소음 분쟁해결 기구인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의 고객 만족도는 절반 수준에 그쳐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의 분쟁 해결은 1단계 전화상담, 2단계 현장진단(방문상담·소음측정) 등으로 이뤄지는데, 실제로 전화상담에서 현장진단으로 넘어가려면 동절기는 평균 65.2일, 하절기는 55일을 대기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재 상담을 받으려면 2달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주민 간 분쟁을 넘어 형사사건으로 확대되고 있는 층간소음 문제를 예방하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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