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섭 충북도농업기술원장/교육학박사

송용섭 충북도농업기술원장/교육학박사

[동양일보]최근 비즈니스 모델로‘구독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는 구매자가 매달 일정액을 지불하면 정기적으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받는 경제활동을 의미한다. 일종의 회원제 서비스이다. 종전에 신문이나 우유처럼 매달 정해진 금액만 내면 사러 갈 필요가 없이 배달받던 서비스가 생필품은 물론 명품 자동차와 의류, 식료품에 이르기 까지 모든 생활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의 활용, 그에 맞춰 진화하는 물류 배송 시스템이 있다.

무제한 스트리밍 영상을 제공해 드라마와 영화를 아무 때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카페에서 월 일정액을 지불하면 아메리카노 커피를 원 없이 마실 수 있고, 고급 자동차의 몇 가지 차종을 원할 때 마다 골라 탈 수 있는 렌탈형 모델도 등장했다.

기존의 회원제 서비스는 면도날, 화장품, 칫솔모, 속옷 등 생필품과 음식, 장난감, 전자책 위주였는데 이제 예술품, 취미까지 구독하는 이색적인 서비스도 생겨나고 있다. 아울러 AI와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접목해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미리 예측해 보내주거나 사람의 성장주기를 반영하여 신제품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소유의 종말’에서 소유의 시대를 넘어 접속과 이용의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고 말한다. 제한된 자원과 비용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얻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한편, 미 경제지 포브스(Forbes)는“구독경제는 수 백 년 이어 온 소유의 개념을 해체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소유에서 가입으로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는 세계 구독경제 시장규모가 2015년 496조원에서 2020년 626조원 정도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업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2000년대 후반에 제철 농산물을 상자에 담아 배송하는‘꾸러미’가 등장한 이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품목과 서비스가 다양해 졌다. 특히, 신선도가 생명인 농축산물은 새벽배송이 대세다. 당일 도정한 쌀,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유정란, 유산균을 먹고 자란 프리미엄 돼지고기를 산지에서 정기적으로 배달하고 있으며, 전문가가 엄선한 전통주를 절기별로 배송하는 상품도 생겼다.

앞으로는 농가맛집이나 농어촌 체험, 휴양마을을 월 2회 이용할 수 있는 사업모델도 나올 것이다. 와인은 어떤가? 고객의 취향에 맞는 와인과 어울리는 치즈나 안주 상품을 금요일 저녁 소모임에 배달해 준다면 와이너리 농가도 활성화될 것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면, 모임 구성원이 주로 여성인 경우 달콤한 스파클링 와인을, 주요리가 육류일 때는 묵직한 드라이레드와인을 제공하는 식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꽃 배달과 화분대여 서비스는 거실, 화장실, 침실, 회의실 등 장소에 따라 전자파 차단용, 산소공급용 등 가장 적합한 식물을 배치하는 지식까지 제공할 수 있다.

구독경제는 주로 2030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불황기에 목돈을 들여 상품을 구매하는 것보다는 매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경험을 함으로써 실속을 찾는 경향이 구독경제 성장에 일조하고 있다. 워킹맘이나 1인가구의 증가세도 한몫을 하고 있다. 구매할 시간적 여유가 없고 적은 량만 필요한 이들에게는 필요한 물량을 제때에 정기배송 받는 구독경제가 더 효율적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는 구독농업(subscription agriculture)이라 칭할 수 있다.

소비자는 시간과 돈을 절약해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농업인은 새로운 고객을 찾아다닐 필요 없이 판매를 촉진할 수 있으므로 농촌 융복합 산업 발전의 또 다른 유형으로 구독농업 시장 개척을 적극 제안해 본다. 기존의 오프라인 마켓을 벗어나서 서로를 위해 진정성 담긴 가치를 주고받는 구독농업 시장이 보다 확장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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