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이 발표됐다.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22개 동과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의 4개 동, 영등포 여의도동 등 모두 27개 동이 들어갔다. 이들 지역 민간택지에서 분양하는 일반 아파트는 당장 8일부터,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내년 4월 29일 입주자 모집공고 신청 단지부터 상한제가 적용된다. 상한제 지역에서 아파트를 분양할 때는 택지비와 건축비를 더해 분양가 상한을 정한 뒤 반드시 그 이하로 분양해야 한다. 최장 10년의 전매제한, 2∼3년의 실거주 의무도 부과된다.

분양가 상한제 지역 지정을 앞두고 분양가나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은 예상대로 상한제 적용 지역에 포함됐다. 과거 수도권 아파트값 급등기 때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을 특별히 관리한 것처럼 서울 아파트 시장 불안의 불씨 지역을 골라 정밀타격한 것으로 읽힌다. 다만, 서울의 외곽지역의 다른 곳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양가나 집값이 많이 올라 전문가들 사이에서 상한제 지정이 유력시됐던 서울 서대문·종로·동작구와 경기 과천·분당 등이 빠졌다. 집값 불안도 막아야 하고,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보니 상징성이 강한 곳을 골라 타격하는 차선책을 택한 것 같다.

집값은 국민들의 주거 안정과 삶의 질에 직결돼 있다. 집값 특히 서울 등 수도권의 집값이 턱없이 오르면 무주택자나 좁은 집을 넓혀가려는 실수요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 그래서 집값을 안정시키는 일이야말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던 정부의 기본책무다. 문재인 정부가 순기능 못지않게 부작용도 많아 오랫동안 사문화했던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되살린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강력한 정책수단인 분양가 상한제까지 시행하고서도 집값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면 정부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정부가 전망한 대로 상한제 지역 분양가가 5∼10% 낮아진다면 서울 지역 아파트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어떡하든 뛰는 집값을 잡으려는 정부의 의지는 단단해 보인다. 관계기관 합동 조사를 통해 최근 집값 상승세를 부추기는 투기수요의 자금 조달계획서를 면밀하게 조사해서 편법 증여나 불법 대출, 시장교란 행위를 엄벌하겠다고도 했다.

관련 당국은 앞으로 주택시장 동향을 정밀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번 분양가 상한제가 오름세의 서울 집값을 잡는 데 도움은 되겠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집값이 오르는 것은 고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끌어올려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생기는 부분도 있지만, 초저금리 시대에 갈 곳을 잃고 떠도는 1000조원 안팎의 단기 부동자금도 집값 상승의 중요한 원인이다. 이상징후가 보이면 상한제 지역을 추가 지정하는 등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서라도 집값은 반드시 잡기 바란다. 경기에 물꼬를 터줘 부동자금이 생산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것도 집값을 누그러뜨리는 좋은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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