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제 중 시너 뿌려…1명 숨지고 11명 중경상 가해자 3년 전 종중재산 횡령으로 8개월 복역 종중원들과 수시 마찰…경찰, 조만간 동기 조사

7일 오전 진천군 초평면 파평 윤씨 선산에서 시제 도중 한 남성이 종중원에게 인화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여 1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충북소방본부>
7일 오전 진천군 초평면 한 야산에서 119구급대원이 부상자들을 옮기고 있다. 이날 한 남성이 시제 도중 종중원에게 인화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여 1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진천소방서>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진천의 한 야산에서 문중 시제를 올리던 종중원을 향한 방화 사건가 발생, 1명이 숨지고 가해자를 포함한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7일 진천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진천군 초평면 은암리 파평 윤씨 종중 선산에서 A(80)씨가 시제를 진행하던 종중원에게 시너로 추정되는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질렀다.

이 불로 종중원 B(85)씨가 화상을 입어 그 자리에서 숨졌다. C(79)씨 등 5명이 중증 화상을 입어 청주의 한 화상전문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D(79)씨 등 6명도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상자들은 대부분 진천지역에 거주하는 60~80대 고령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해자 A씨는 과거 종중 재산을 횡령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8개월 간 복역한 뒤 출소했으며, 종중원들과 지속적으로 대립각을 세워온 것으로 전해졌다.

종중 감사와 종무위원을 지내던 A씨는 2009년 종중 위임을 받아 종중 땅 1만여㎡를 민간개발업자에게 매도하는 과정에서 받은 1억2000만원을 개인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것이 문제가 돼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A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8월의 실형 선고를 받았고, 2016년 12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수감생활을 했다.

출소한 이후에도 종중과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을 해야 했던 A씨는 깊은 앙금이 쌓였고, 종중원들과 빈번이 마찰을 빚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방화 사건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주변인들의 설명이다.

한 목격자는 “종중원들이 절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A씨가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며 “A씨가 종중 재산 등의 문제로 평소 종중원들과 갈등을 빚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종중원들과 함께 절을 하다가 갑자기 일어나 범행을 저질렀다는 진술도 나왔다.

A씨는 범행 직후 음독해 청주의 한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이 있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차량 11대를 동원해 인근 잔디밭 등으로 번진 화재를 약 10여분 만에 진화했다.

사건 발생 당시 이 선산에는 A씨 등 진천지역에 거주하는 종중원 20여명이 시제를 지내고 있었다. 시제(時祭)는 음력 10월 조상의 묘소를 직접 찾아가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

경찰은 인화성 물질 시료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하는 한편 A씨가 회복되는 대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진천 김성호·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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