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동양일보]사회가 시끄럽다. 하루가 편할 날이 없이 요란하다. 서초동과 여의도에서는 사법개혁을 촉구하는 집회가 계속 열리고, 광화문과 청와대 앞 등에서는 조국 전 법무장관 구속, 문대통령 하야,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등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심야에도, 단체에 따라서는 철야로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전국에서 올라온 농민들이 정부가 세계무역기구인(WTO)에 한국 농산물의 국제적 교역에서 개도국의 지위를 포기하는 선언을 했다하여 항의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하였다. 국회에서는 선거법 개정 신속처리안인 패스트트랙 통과와 공수처 신설을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을 놓고 제일 야당인 자유 한국당이 절대반대를 표명함으로써 대치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이 혼란을 거듭하는 사이에 사회 각 분야 공공조직과 장들이 동력을 멈춘 채 잠자고 있는 형상이다. 그런가하면 학생들의 학교폭력이 계속되고 가정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 부처 책임자들의 영(令)이서지 않는다. 혹자들은 고도의 산업화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도 말한다. 그렇다고 하여 방치해서도 되는 현상은 아니지 않는가. 이러한 혼란으로 인하여 국력과 사회력 등의 손실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리고 국민들의 상실감이 극에 달할 지경이다. 그러면서도 사회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하루빨리 공공조직에 부여된 막강한 권한과 임무가 제대로 수행되어야 한다. 정부를 비롯하여 공공조직이 책임을 다하는 책임조직상(責任組織像)을 정립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조직이 그 존재가치와 책무에 충실하여야 한다. 주권자이고 주인인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 누구보다 각 조직의 장이 그에 맞는 책임감과 리더십을 가지고 솔선수범하여야 한다.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정정당당하게 지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책임을 다 하지 못하면 깨끗이 물러나야 한다. 그리하여 공공조직으로서의 영이 서고 권위가 회복되어야 한다. 영이 세워지면 모든 것이 실타래 풀리듯 원활해질 수 있는 것이다.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제몫을 하면 서초동의 촛불집회는 열릴 일이 없거나 바로 중지되었을 것이다. 대통령은 행정개혁을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져 있다. 역대정부들은 그 권한으로 중앙부처를 줄이거나 늘려도 왔다. 검찰개혁은 전적으로 국정최고책임자의 권한과 리더십에 달려 있다. 그런데 이것이 무슨 꼴인가. 헌법에 부여된 국정최고책임자로서의 권한을 방기하고 부정직과 도덕성 흠결로 범벅이 된 특정인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여 그에게 검찰개혁을 전적으로 위임하는 듯한 직무방기적 태도로 일관하였다. 그럼으로써 대통령이 직접 지휘하면 간단히 성사시킬 수 있는 개혁업무를 이렇듯 장기간 표류시키고 있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이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를 만든 것이다. WTO에서의 개도국 포기도 농업의 책임 및 지휘부처인 농수산부가 미리 예상하고 일찍부터 대비하였으면 농민 궐기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선거법에 대한 신속처리안도 어떻게 해서라도 제일 야당을 참여시킨 가운데 처리되었어야 했다. 그렇게 했으면 지금과 같은 대치상황은 전개되지 않았을 것이다. 학교나 가정폭력은 학교나 가정 등의 존립근거를 붕괴시키는 반 학교 및 반 가정행위이다. 있을 수 없는, 결코 있어서는 아니 되는 만행이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도대체 학교와 소관부처에서는 무엇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배우고 익히러 가는 학교에서 그리고 사랑의 메아리가 울려 퍼져야할 가정 등에서 그것과 정반대되는 폭력행위가 자행되고 있고 이것을 퇴치하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학교와 가정 등을 사망케 하는 행위인 것이다.

이렇듯 사회가 정상궤도를 이탈하여 탈선하고 있다. 조직의 책임자들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제 자리 값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다. 리더십은 창고에서 동면하게 해 놓고 ‘나물라라’ 하고 낮잠을 자는 형국이다. 직무를 방기 내지 유기하고 있다.

각 조직의 장들은 대오각성하고 심기일전하여야 한다. 공공조직들은 소명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유명무실 내지 빈사상태에서 탈피하여 조직의 동력(모멘텀)을 회복하는데 전력투구하여야 한다. 맡은 바의 임무에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 대통령은 대통령의 자리에 부여된 임무를,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의 임무를, 학교는 지·덕·체의 산실로서의 임무를, 여성 가족부는 가정으로 하여금 윤리의 꽃이 만개하도록 하여야 한다. 더 이상 공공조직 책임자들의 직무방기 및 유기로 인하여 사회가 혼란해지고 국민들 간에 갈등이 조장되며 급기야는 국력과 사회력의 상실을 초래하게 해서는 아니 된다. 책임을 통감하고 끝까지 그 책임을 다하는 풍토를 조성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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