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백지화와 독립운동 시인 시비로 대체 주장

[동양일보 장인철 기자]태안군이 원북면 학암포해수욕장을 홍보하기 위해 친일 행적 시인인 미당 서정주(1915∼2000년) 시비를 세우기로 한 것과 관련,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조직적인 반대 운동에 나섰다.

강희권 태안참여연대 의장을 비롯한 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 10여명은 11일 오후 태안도서관에서 긴급 모임을 열고 '서정주 시비 건립 반대 태안군민 모임'을 결성했다.

군민 모임에는 동학농민혁명 태안군기념사업회, 태안읍유도회, 이종일 선생 기념사업회, 애국지사 이종헌 선생 선양회,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 독도사랑운동본부, 태안참여연대,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태안군학원연합회, 전교조 태안지회, 정의당 서산태안위원회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전국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친일 행적이 뚜렷한 서정주 시비를 철거하는 마당에 태안군이 뒤늦게 시비 건립을 추진하는 것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군은 해당 사업을 철회하거나, 독립운동을 한 다른 시인 시비로 대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 대표는 12일 오전 태안군청을 방문, 서정주 시비 건립 철회를 촉구했다.

정의당 서산태안위원회(위원장 조정상)도 논평을 내 "군이 서정주의 시비를 세우기로 한 곳은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옥파 이종일(1858∼1925년) 선생 생가와 가깝고, 일제와 맞서 싸운 동학농민혁명 북접 기포지와 인접해 있다"며 "서정주 시비 건립은 일제에 분연히 맞섰던 태안 선조들이 지하에서 땅을 칠 일"이라고 비판했다.

태안군은 서정주가 1990년대 중반 학암포를 찾아 '학'이란 시를 쓴 것을 기념하고, 학암포를 관광 명소로 만들기 위해 연말까지 2000만원을 들여 높이 2m, 폭 1m 크기의 시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서정주는 일제강점기 창씨 개명한 이름으로 친일작품을 발표한 시인으로, 친일반민족진상규명위원회가 펴낸 보고서에 친일 인사로 수록됐다.

태안 장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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