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기자]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너, 법무장관 지명한다”라는 말이 회자된다고 한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예를 들면 어느 한 친구가 수다를 떨면서 분위기를 좌지우지한다거나 분위기에 맞지 않은 썰렁한 말을 할 때, 잘난 척을 할 때 등등... 톡톡 튀는 언행을 하는 친구에게 농담 삼아 던지는 말이 “너, 법무장관 지명한다”다.

까불면 조국 일가처럼 달달 털린다는, 아니 달달 털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친구들끼리의 단순한 농담으로 넘길 수 있지만 그러기엔씁스레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나라를 온통 시끄럽게 한 조국 사태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11일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해 일부 혐의를 추가해 재판에 넘겼지만 이젠 조 전 장관을 향한 수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8월 27일 조 전 장관 일가의 각종 의혹과 관련해 첫 압수수색을 하며 강제수사를 시작한 이후 76일 만에 일단락 지었지만 조 전 장관과의 연결고리를 찾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조국 사태는 여러 가지로 기록을 남겼다.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검찰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한 것은 과거 정권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 인사권 침해니, 검찰의 부당한 정치개입이니 하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그게 오늘의 대한민국 검찰의 힘이다.

검찰이 자신들의 상관이 될 사람에 대해 투망식 수사로 결국 낙마시킨 것은 건국 이래 초유의 일이고 한 장관의 거취를 놓고 3개월이 넘도록 한 나라가 둘로 쪼개져 난리를 핀 것도 초유의 일이다.

과거 같으면 청와대가 눈 한번 지긋이 감으면 초장에 마무리됐을 텐데 지금 이 순간까지도 한때나마 자신들의 상관이었던 장관을 기어이 잡아 넣겠다고 칼을 거두지 않는 것도 초유의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조국이 누구인가. 검찰개혁의 선봉자 아니던가.

평소에도 검찰 개혁을 부르짖었던 그는 법무장관 후보자가 돼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도, 법무장관이 돼서도, 장관 자리에서 내려와 검찰에 언제 불려갈 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오로지 검찰 개혁이다.

그러니 개혁의 대상인 검찰이 꿈틀대는 건 당연했다. 자신들이 휘두르고 있는 권력에 힘을 빼겠다는 데 호락호락 내 줄 사람, 조직이 있다면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기득권 보호 심리는 인간의 본능 아니던가

하지만 국민 입장에선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무차별적인 수사가 남의 일이 아니다. 조국과 그 일가에 죄가 없다는 게 아니다. 죄가 있으면 죗값을 치러야 한다.

문제는 나도 저렇게 당할 수 있다는 ‘검찰 발 공포’다.

조국이 지난 8월 9일 법무장관 지명을 받자마자 언론과 야당의 공격이 시작됐고 검찰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서울대와 부산대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9월 6일 인사청문회가 끝날 무렵 자정 1시간 전에 부인 정경심 교수를 사문서 위조혐의로 기소한다.

표창장 위조가 경죄여서 두둔하자는 게 아니다. 검찰 수사가 인정받으려면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고발한 당시 부산지검 한 검사의 공문서 위조부터 철저하게 가렸어야 했다.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과 유엔 연설을 위해 출국한 사이 조국 자택을 12시간 압수수색한 것은 국민들을 아연케 했다. 9월 26일 조국 장관이 국회에 첫 데뷔하고 그 자리에서 법무장관과 압수수색 수사팀과의 통화설이 한국당 의원의 입을 통해 폭로된 것도 의아심을 불러 일으켰다.

지금 검찰은 자기들의 권한과 권력을 건드리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를 국민. 특히 정치권에 보여주고 있다. 검찰 개혁 함부로 손대지 말라는 뜻으로 들리고도 남는다.

국민들은 검찰의 조국 일가 수사를 보면서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고 있다.

처음부터 밝혀내려 한 범죄사실이 뭔지도 알지 못하고 출발한 검 찰 수사는 그들을 이 잡듯이 뒤진 결과 정 교수를 14개 혐의로 기소하는데 성공했다..

진영 대립을 떠나 단순히 검찰의 조국 수사만 놓고 본다면 검찰의 무소불위에서 나오는 공포감을 제거하는 게 우선이다.

“너, 법무장관 지명한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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