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준 취재부 부장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언제는 경제가 좋다고 말한 적이 있었느냐’는 말도 들었지만 요즘은 사람자체가 돌아다니지 않아 정말 힘드네요. 나름 열심히 노력 해봤지만 하루에 많게는 두 세 테이블, 아예 손님이 없을 때도 있어요. 오죽하면 무거운 술 짝을 나르는 주류배달원들도 둘이서 다니다 이젠 혼자서 다니고 있을 정도니까요.”

동네 단골 술집주인의 푸념이다. 사실 이 말을 듣게 된 것도 우연히 가게 앞을 지나다 주인과 눈이 마주쳤는데 손님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 미안한 마음에 일부러 들렸다가 듣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주요 경제지표는 말 그대로 참담하다. 최근 고용은 양적으로는 일부 개선되는 추세지만 구조적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제조업과 경제 허리인 30·40대 고용한파는 여전하고, 재정을 투입해 만든 단기간 일자리인 노인 일자리는 급증했다. 2년6개월간 최저임금을 2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로 인상했지만 양극화는 더 벌어졌다. 지난 2·4분기 최하위 20%(1분위)와 최상위 20%(5분위)의 소득 비율을 나타내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30이다. 2·4분기만 보면 역대 최고 수준이다. 수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무려 11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19개월 연속 줄어든 이후 최장기간 하락세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 수출은 30% 이상 급감했다.

그러나 정부는 임기반환점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발간한 ‘한국경제 바로 알기’ 책자를 통해 내년은 올해보다 성장세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고 거시경제 안정성에도 좋은 점수를 줬다. 정부의 장밋빛 진단과 달리 민간 연구기관들은 한국경제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1%대 성장세가 고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서민들의 실물경제는 매우 심각하다.

이를 방증하듯 최근 3년간 생명보험을 해약한 소비자 중 44%가 경제적 어려움 등 ‘경제적 사정’으로 보험을 해약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2016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3년간 생명보험을 해약한 경험이 있는 30~60대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44%(220명)가 경제적 어려움이나 목돈 필요, 보험료 납입의 어려움 등 ‘경제적 사정’으로 보험을 해약한 것이다.

앞으로 정부가 국민과의 동떨어진 경제적 온도차를 좁힐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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