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대충대충’ 고질병이 도진 것인가.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전국민들이 방역에 혼신의 힘을 다 쏟았는데 살처분 돼지의 핏물이 하천을 오염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살처분한 돼지 수만 마리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채 쌓아뒀다가 침출수가 임진강 지류를 오염시키는 일이 경기도 연천에서 일어났으니...

매몰에 사용할 용기 제작이 늦어지자 살처분한 돼지를 매몰지에 임시로 쌓아둔 채 작업을 서두르다 일어난 사고라고 한다.

결과만을 놓고 보면 살처분 과정에서 큰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사고 지점에서 몇㎞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임진강 상수원이 있다고 한다. 인근 주민들은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뉴스에 방송되는 하천의 시뻘건 물을 보는 인근 주민과 국민들의 충격은 말할수 없이 크다.

살처분은 가축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확산 예방 차원에서 안락사시킨 뒤 매립·소각하는 조처다. 이게 가축 선진국 사례이기도 하다. 바이러스 박멸을 위해 강력하고도 신속한 방식인건 인정한다.

하지만, 살처분이 곧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일단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데다 축산업 기반을 위태롭게 할 정도의 살처분 대책은 과잉대응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또한 살처분이라는 말처럼 살아있는 가축을 생매장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인도주의적 측면에서도 비판이 적잖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살처분 참여 공무원과 공중방역 수의사들의 심리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76%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 우울증이 의심되는 응답자도 23.1%에 달했다.

살처분 대상이자 가장 큰 피해자라 할 수 있는 가축이 당하는 고통 또한 무시할수 없는 일이다.

최근에는 가축의 생명권을 점점 중시하는 추세다. 그런데 전염병 때문에 무작정 가축을 생매장 하는 것은, 이미 그 이전에 동물을 기르는 우리의 방식에 먼저 의문을 가져야 한다.

즉 땅과 축사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가축을 밀식하듯 가둬놓고 집중 사육하는 현재의 방식은 장기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공장식 밀집 사육 개선, 농가별 사육 총량제 도입, 가축전염병 위기경보 단계 간소화, 예방백신 도입 등이 그 대안이라 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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