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13일 폭발사고가 발생해 연구원 1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했다. 로켓 추진용 연료인 니트로메탄을 젤 형태로 만들고 정확한 설계 유량이 나오는지 측정하는 도중 폭발했다는 것이 연구소의 설명이다. 희생된 연구원은 로켓 연료 유량을 직접 현장에서 확인하다 변을 당했다. 이번 사고는 민감한 폭약을 다루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유량을 재는, 사고 가능성이 낮은 실험이었는데 이러한 일이 벌어져 연구소 측은 당황하는 모습이다.

사고가 난 ADD는 군용 병기나 장비, 물자에 관한 기술적 조사, 연구, 개발, 시험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사고가 터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4월 탄 관련 시험 도중 화재가 발생해 일부 시설이 파손됐고, 두 달 후인 6월에는 실험실 냉장고에서 불이 나기도 했다. 연구소 인근 유도무기를 개발하는 한화 대전공장에서는 올해 2월 로켓 추진체에서 연료를 분리하는 작업 도중 폭발 사고가 나서 근로자 3명이 사망했다. 이 공장에서는 지난해 5월에도 로켓추진 용기에 고체연료를 충전하는 과정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나 5명이나 숨졌다. 무기를 다루는 시설에서 연이어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는 같은 유성구의 한국원자력연구원 실험실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다행히 방사능 유출은 없었다. 이번 ADD 사고는 위험도가 낮은 실험이었고 아직 정확한 폭발 원인이 짚이는 게 없다니 더욱 불안하다. 연구소는 서둘러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 기타 연구기관, 대학, 기업부설 연구소를 가리지 않고 국내 실험실에서는 매년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잊을만하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화상, 골절, 절단 사고 등 다양한 사고가 연간 230건 정도 발생했다. 연구실 안전관리비로 상당한 예산이 사용되고 있으나 안전관리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는 사례는 줄어들지 않는다. 가장 기본이 되는 실험실 안전교육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폭발물이나 각종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연구실이 많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연구책임자들의 안전교육 이수율은 지난 10월 기준 19.9%, 광주과학기술원(GIST)의 경우는 25.5%에 불과했다. 이공계 여성 인력을 육성한다고 하면서도 여성 연구자들은 임신부를 위한 실험실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임신 중에도 유해물질을 다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초중고 과학실험실에서도 포르말린 같은 독성 유해물질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아 유출되는 사고가 잇따랐다. 연구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연구원들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안전규정을 꼼꼼하게 마련하고 예방조치를 철저히 취해야 한다. 연구실 안전사고 근절을 위해 정부와 해당 기관, 연구 당사자 모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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