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정해진 것 없어 많은 착오 생길 것”

[동양일보 엄재천 기자]최근 개별 소송 없이 군 사격장이나 비행장 등 군사시설 소음에 대한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 이른바 ‘군소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보상방식 등 구체적인 기준 마련과 주민들의 의견 반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소음법은 군용 비행장과 사격장에 대한 소음 영향도 조사, 소음 대책 지역 지정 등 피해 보상을 위한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피해 주민들은 민간 항공기 소음 피해 지역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개별적으로 민사 소송을 할 필요 없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기본계획 수립, 군용 비행기 이·착륙 절차 개선 등도 요구할 수 있다.

이 같은 법안이 통과되자 그동안 법적 근거가 없어 참고 살아야만 했던 주민들과 문제 해결을 촉구해 온 지자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보상 등 보다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대책마련까지는 갈 길이 멀다.

법 시행까지 1년이 남은 데다, 소음측정과 소음대책지역 지정 등 선행돼야 할 작업도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보상을 받기까지는 최소 2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위법령도 마련되지 않아 소음피해 보상기준과 액수 등은 깜깜이다. 일부 피해 주민들은 기준이 지나치게 보수적일 경우 보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일종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소음 관련 규제로 인해 오히려 건축행위나 부동산 개발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법안 통과로 충남에서는 보령·아산·서산·논산·태안 등 5개 시·군 13개 읍·면·동 지역주민 36만1000여명이 소음 영향도 및 기준에 따라 군 소음법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충북은 충주시 중앙탑·금가·엄정·소태면 등 주민 3700여명과 청주시 청원구 등 주민들도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군소음법 시행으로 피해지역 거주민 모두가 보상 받는 것은 아니다.

법률안은 국방부 장관에게 중앙소음대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소음 영향도를 기준으로 소음대책지역을 1~3종으로 지정·고시하게 했다. 보상금은 소음영향도와 실제 거주기간 등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전입시기 등에 따라 보상금에서 필요한 금액을 공제하거나 감액할 수도 있다.

소음피해의 측정방식이나 보상의 기준이 될 소음의 수준이 빠진 것도 변수다. 법률안은 군용항공기의 운항 또는 군사격장에서의 사격 훈련 시 측정된 소음도에 소음발생 횟수, 시간대 등을 고려해 산출하는 ‘소음영향도’를 국방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보상금의 지급대상, 지급기준, 보상금액, 구체적인 신청절차, 신청시기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했다.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점이 공정한 방법으로 소음피해를 측정하고 형평에 맞게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주의 한 주민은 “보상금 지급주체인 관이 주도해 소음피해를 측정하면 아무래도 시민들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낼 것”이라며 “지역소음대책심의위원회에 그 지역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이 지역위원회에서 전문성 있는 감정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광주·대구·수원과 같은 대도시는 85웨클(WECPNL·소리 크기의 단위인 데시벨(㏈)에 항공기 이·착륙시 발생하는 소음도 등을 보정한 단위), 강릉·서산 등 소도시는 80웨클을 보상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소음의 강도를 지역마다 틀리게 잡는다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어떻게 소음이 대도시와 소도시 등 다를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소음법 시행을 앞두고 소음측정 방식과 보상 기준 등에 논란이 우려되고 있는 만큼 지자체가 소음대책심의원회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엄재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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