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화성 8차’ 범인 이춘재로 잠정 결론
법원, 경찰중간수사결과 배척하지 못할 듯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경찰이 ‘진범논란’을 빚은 화성연쇄살인사건 8차 사건 범인을 화성 사건 피의자 이춘재(56)로 잠정 결론 내면서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던 윤모(52)씨의 재심 개시 여부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법조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지난 15일 중간수사 발표 브리핑에서 “이춘재의 자백이 이 사건 현장상황과 대부분 부합한다”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주요 대목에서 엇갈리는 윤씨와 이춘재의 자백을 비교분석해 이 사건 진범을 이춘재로 사실상 특정했다.

사건 발생 일시와 장소, 침입경로, 피해자인 박모(당시 13세)양의 모습, 범행수법 등에 이춘재가 진술한 내용이 현장상황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수사본부는 이춘재가 피해자의 신체 특징, 가옥구조, 시신위치, 범행 후 피해자에게 새 속옷을 입힌 사실까지 자세하고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이춘재를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하면서 20년 옥살이를 한 윤씨의 강압수사 주장에도 설득력이 커졌다. 윤씨가 최근 청구한 재심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이나 ‘친부살해사건’ 김신혜(42)씨의 경우 재심개시까지 3년 정도가 걸렸던 것 등에 미뤄 이 사건 역시 재심이 열리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춘재가 진범으로 지목되고, 이와 관련한 가혹행위 가능성도 커지면서 법원이 윤씨의 재심절차를 서두를 것이란 분석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윤씨가 재심을 청구한 상황에서 경찰이 ‘중간수사발표’라는 형식으로 이춘재를 범인으로 지목한 것은 수사과정에서에서 잘못을 스스로 빠르게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과 경찰이 윤씨의 재심 청구에 항고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심이 개시될 경우 윤씨의 무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경찰은 이와 관련, 사건 당시 윤씨를 수사한 당시 화성경찰서 A,B 형사 등에 대한 수사도 벌이고 있다. 윤씨는 경찰조사에서 A형사 등으로부터 폭행과 협박,가혹행위 등 회유로 허위자백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당시 수사관들은 “윤씨가 스스로 자백해 가혹행위를 할 이유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재도 8차 사건 재심 청구 소식을 듣고 법정에 증인으로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억울한 옥살이를 주장하는 윤씨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고, (윤씨의) 억울함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 8차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신의 집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성폭행당한 뒤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윤씨는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돼 무기징역 확정판결을 받았다. 윤씨는 당시 1심까지 범행을 인정하다 2,3심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 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씨는 20년간 복역 후 2009년 가석방됐다. 이후 이춘재가 8차사건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시인하면서 윤씨는 지난 13일 수원지법에 이 사건 재심을 청구했다. 이도근 기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